중국, 5천만원 넘는 전기차 보조금 배제…테슬라 딱 걸려

2020-04-24     이준규

중국 정부가 30만 위안(5200만원)이 넘는 고가 신에너지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모델3의 가격이 바로 이 기준선 바로 위에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전날 중국 재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적용될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 집행 지침을 발표했다.

재정부는 2020, 2021, 2022년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각각 전년보다 10%, 20%, 30% 깎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1회 충전으로 주행 거리가 400이상 신에너지 차량에는 올해 22500위안의 중앙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 보조금의 50% 이내에서 보조금을 준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대상을 가격 30만 위안 미만의 신에너지 차량으로만 정했다.

재정부는 한도를 설정한 것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한 것으로서 보조금이 사치성 소비에 쓰이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한 조치에 따라 테슬라가 당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테슬라 제품군 중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것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3.

현재 중국산 모델3 표준판 가격은 328천 위안이다. 앞으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춘 테슬라가 보조금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중국산 부품 비중 확대 등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을 30만 위안으로 낮출 가능성은 있다.

중국 재정부의 이번 조치는 공교롭게도 중국의 자동차 시장 위축 속에서도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1분기 중국 신에너지 차량 판매량은 114천대로 작년 동기보다 56% 급감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1분기 모델316700대나 팔며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특히 3월에는 중국 전체 신에너지차 판매의 약 2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중국 자동사 시장에서 테슬라만 독주를 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재정부는 자국이 장려하는 '배터리 교체형' 신에너지차의 경우 보조금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현재 대부분 업체가 출시한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차량에 내장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필요할 때마다 통째로 착탈할 수 있는 차량이다.

주유소에 찾아가 연료를 넣는 것처럼 충전소를 찾아가 방전된 배터리를 빼 건네주고 미리 충전된 배터리를 끼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중국 정부의 권장 속에서 주로 중국의 토종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차이신은 "이는 웨이라이(니오)나 베이징차처럼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연구개발 중인 기업에 유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만나 큰 위기에 빠진 중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당초 2020년 끝내려던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을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 정책은 대체로 토종 업체들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 업체들은 대체로 보조금 정책이 완전히 폐지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쪽이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외에도 차세대 신에너지 차량인 수소차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재정부 등 중국 유관 부처는 전날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장려책을 통해 향후 4년 안팎의 시간 동안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차량 산업 사슬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보급량을 1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제시한 2030년 보급 목표치인 63만대와 80만대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