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대 석유중개회사 '레옹' 파산...채무상환유예 신청

2020-04-20     고 준 기자

[고 준 기자]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아시아 최대 석유거래 중개업체 힌 레옹 그룹이 결국 채무상환유예 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레옹은 그간 중국계 오너가 회사 수익을 부풀렸다는 회계부정 의혹을 받아온 가운데 글로벌 시장 유가 폭락세까지 겹치면서 회사 형편이 눈에 띄게 기울게 됐다. 이번 사건은 앞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계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 등의 회계 부정 문제가 최근 부각된 바 있어서 글로벌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힌 레옹그룹이 '채권단에 빚진 38억5000만 달러 규모 부채 상환을 6개월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신청 진술서를 지난 17일 싱가포르 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4조 6364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부채는 힌 레옹그룹과 자회사인 오션탱커스가 23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진 빚이다.

레옹 그룹은 채무상환 유예신청 이유에 대해 "주요 재고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유가가 폭락해 충분히 헤지(손실이나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에 따르면 주요 거래사인 페트로차이나가 최근 매매 거래를 중단하고 힌 레옹 그룹에 2387만 달러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자금 상황이 더 나빠졌다.

포브스 지에 따르면 힌 레옹 그룹은 이달 파산보호 신청을 한 상태다. 심각한 문제는 회사 손실 은폐 의혹이다.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8억 달러(약 9750억 4000만원)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지시에 따라 이를 숨겨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힌 레옹 그룹은 회사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말, 영업 순 이익이 7820만 달러(약 953억 4100만원) 라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몇 년 새 순익은 커녕 8억 달러 손실을 보고 있었다고 19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힌 레옹 그룹은 중국계 싱가포르 이민자의 성공신화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계 싱가포르 이민자인 림운쿠인 회장은 시장에서는 'O.K.림'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회장은 디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어부로 일하다가 소규모 전력공급사업에 손을 댔고 20세가 되던 1963년에 레옹그룹을 창업했다고 포브스 지가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힌 레옹 그룹은 중국 국영석유사 페트로차이나와 손잡고 유류저장시설인 유니버셜터미널을 공동 소유·운영해왔다. 림 회장의 순 자산은 13억 달러이고, 아들인 에반 림은 자회사인 오션 탱커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