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단상] 숨을 쉰다는 것은

2019-10-04     황상열 작가

 

숨을 쉰다는 것은

신기하게도 대설인 오늘 아침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내복을 입고 완전 무장을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조금 늦게 나온 탓도 있지만, 오늘따라 지하철역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추운 날씨에 전부 지하철로 모여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배차시간도 길었다. 오는 지하철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찬 모습이다. 나도 2대를 보낸 끝에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운데 자리를 겨우 잡고 사람들 틈에 중심을 잡으면서 달리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한 정거장씩 지날때마다 내리은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많다. 몸은 점점 밀리는데, 더 이상 뒤로 갈때가 없다. 이미 내 뒤에 사람 한명이 있고 그 뒤는 반대편 출입문이다. 내 양옆에 서 있던 고등학생들도 더 이상 못 버티겠는지 한숨을 내쉰다.

갑자기 심장박동 소리가 빨라진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을 쉬기가 어려워진다. 정말 죽을 수 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찰나에 들었다. 좁은 공간에 더 이상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있다보니 산소가 부족해진 것 같았다.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도 없다. 정말 숨이 멎을 것 같이 힘들었다. 입고 있던 점퍼의 자크를 내리고, 가디건의 단추도 풀었더니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어느덧 건대입구역에 도착했다. 확실히 환승역이라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건대입구를 출발하려고 하는데, 플랫폼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그쪽으로 시선을 보니 쓰러져 있는 여자가 보인다. 내 앞쪽에 서 있던 사람이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리다가 갑자기 쓰러졌단다. 아마도 호흡 곤란으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머리를 계속 만지던 행동이 기억난다. 지하철은 출발하고, 그 여자는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조금은 공간을 확보하다 보니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오늘따라 호흡이란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숨을 쉰다는 의미니까. 요 며칠 바쁘게 지내다 보니 몸도 좀 무겁고 피곤했는지 아침에도 겨우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호흡을 하면서 오늘도 잘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일단 살아있어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숨을 쉰다는 기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