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은 여자에게 필요 없는 책

2019-09-19     Maybugsman

아내는 보건지소에서 조울증, 우울증 등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상담하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매달 채워야 하는 실적이 있다. 7월 어느 날 여러 환자 집을 방문하고 퇴근한 날이었다.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여보 오늘같이 더운 날 버스 타고 돌아다니니깐 너무 힘들어. 많이 지치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일이 많다며 한참을 투덜거렸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듣고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 같아 한마디 했다.

“버스 타고 다니기 힘들면 택시 타고 다녀. 내가 돈 줄게.”

고마워할 줄 알았지만 아내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얼마 전 야근한 일, 정신병이 심한 환자와 경찰서 간 일 등을 말하며 일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계속했다. 난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

“음... 그렇게 힘들면 조금 쉬어.”

아내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워킹 맘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신세 한탄을 했다.

두 번이나 해결책을 말했는데도 아내가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했다. 조금씩 화가 났다. 그리고 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야, 일 그만둬라. 그만두면 되지 뭐 그리 불평불만이 많아. 너만 일해? 나도 일하고 집안일도 해. 힘든 척 좀 그만해. 나도 그냥 하는 거야.”

그러자 아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 주냐며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내 해결책을 번번이 무시한 아내의 잘못 아닌가. 방으로 들어가 우는 아내 옆에 앉아 왜 우냐고 물었다.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옆에서 애교를 부리고 비비고 치대면서 아내 화가 풀릴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 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아내가 한마디 했다.

“자기야. 내가 원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야. 그냥 공감해 주는 거야. 힘들었겠다. 일한다고 많이 힘들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말을 듣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부부생활은 크게 달라진다. 어디서 들은 정보를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진짜 아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짜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는 대화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 남자는 대화를 하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이를 제시하려 한다. 그 자리에서 문제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 주고 싶어 한다. 그것만이 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좀처럼 그 해결책을 받아들거나 고마워하지 않는다. 왜? 여자가 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닌 공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