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6호선에서 생긴 일

2019-09-17     단비랑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떠올리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지하철 6호선은 특이하게 응암에서

역촌, 불광, 독바위, 연신내, 구산을 거쳐

다시 응암으로 순환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늦게까지 야근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게 됐어요. 다행히

금방 자리가 나서 앉게 되었는데

너무나 피곤에 지친 나머지

깜빡 잠이 들고 말았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지하철의

진동에 맞춰 몸이 흔들흔들

움직이며 꿀잠에 빠졌습니다.

한~참을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귓가에

"이번 정차할 역은 삼각지, 삼각지 역입니다~"

라는 방송이 들리는 거예요.

삼각지역이면 집으로 가는 반대방향이라

눈이 번쩍 떠졌죠. 처음에는 지하철 방향을

잘못 탔나 싶었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제서야 아차, 깜빡 잠이 든 채로 집이 있는

정류장을 지나 다시 순환선을 돌아 반대방향으로

그것도 한참을 지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허둥지둥 내려서 다시 반대차선을 타고

돌아가면서 회사 앞을 또 지나고, 한참을 걸려

집에 도착하니 몸은 아주 녹초가 되어 있었어요.

종점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멀리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텐데 순환선 덕분에 뜻밖의

지하철 왕복을 하게 됐어요. ㅎㅎ

요즘엔 "OO역에서 깨워주세요"라고

적혀 있는 모자도 있던데 차라리

그런 모자라도 쓰고 있었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추억이지만,

당시엔 너무 피곤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그래도 중간에 잠이 깨서 반대편 종점까지 가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