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에 대한 소고 #2. 연회주, 수제 막걸리

2019-09-16     박다빈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사정이 있어 6월쯤에 술을 하루 마신 것을 제외한다면, 올초부터 지금까지 쭉 금주 상태입니다. 저는 술을 그만 마시고 싶어 단주를 결심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이 더는 없습니다. 하여 지금은 제 단주 생활이 순조롭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술을 빚습니다. 어머니와 저, 두 사람이 일을 분담해 술을 빚습니다. 저희가 주로 빚는 술은 막걸리입니다. 저희는 다양한 곡물로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빚습니다. 맥주와 와인은 1년에 한 번 정도 담급니다. 그렇게 담근 술은 모두 가족들에게 돌아갑니다. 막걸리는 가족들의 연회주로 소비됩니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막걸리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명절에도 저희 집에서 빚은 막걸리를 가족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 중 절반은 추석 당일에 소비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누군가에 손에 들려 갔습니다.

처음 술을 끊었을 때 저는 술 빚기도 그만두려 했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마당에 술 빚어 뭐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서 빚은 막걸리를 모든 가족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술을 계속 빚었습니다. 빚다 보니, 빚길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를 계속 베풀 수 있으니 그 자체로 좋고, 가족들이 비교적 건강한 술을 마시니 그것도 좋았습니다.

술을 끊고 처음 맞는 명절입니다. 물론 가족 모임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모임 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께 술을 따라 드리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술자리는 건강하게 시작되어 건전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점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불콰하게 취해 주사 부리는 사람이 없어서. 가족 안에서 술 안 마시는 사람들 비중이 꽤 되면서부터, 술자리는 오래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 말 오가는 가능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었습니다. 만취하기 전에 다들 술잔에서 손을 떼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생각됩니다. 술 문화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족들끼리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요즘 세상에 폭음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 점이 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다른 것보다 가족들이 각자 자기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기에.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명절의 음주도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무사한 명절이었습니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명절이 지나갔습니다. 그 점이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