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3) 능소화핀 오후

2019-08-16     칼럼니스트 신성대

 

능소화 핀 오후

 


진홍빛 꽃잎
기품 넘치는 우아한 자태
거친 몸을 타고 올라
가장 약한 가지 끝에
꽃 피우는 강인한 생명
절망 끝에 핀 희망이
아름답다

능소화 핀 오후
진홍빛 향기가 말했다
"삶이 가장 약해질 때
누구도 생각 못 할 꽃잎이
절망의 가지 끝에
눈물겹게 기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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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한송이 꽃이 피는 일이라고 했다. 꽃은 약한 가지를 먼저 뻗어 놓고 그 위에 활짝 핀다. 우리가 살다 보면 가장 약해질 때가 있다. 단단한 마음이 아니라 금방이라고 무너질 것 같은 삶의 무게가 나를 흔들 때, 바로 그때를 넘어서면 참 아름다운 꽃처럼 인생의 꽃과 열매를 가지게 된다. 문득 거친 몸통을 따라 자리를 튼 연약한 가지에 핀 꽃을 보다가 마치 눈물겨운 우리네 삶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시간 잘 견디고 견딘 뭉클한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