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호, "北 선박서 하역된 석탄 실고...4개월 넘게 표류, 공해상에서 전전"

2019-08-16     고 준 기자
베트남

[고 준 기자]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석탄을 실은 동탄 호의 표류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의도와 상관 없이 대북 제재 문제에 연루될 경우, 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VOA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동탄 호는 지난 4월13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1년 가까이 억류했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 있던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었다면서 이후 이 석탄의 구매자가 있는 말레이시아로 이동했지만 대북 제재 품목을 실었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부됐다거 전했다.

이에 따라 최초 출발지인 인도네시아로 되돌아갔지만, 역시 입항 허가를 받지 못했고 그렇게 공해상을 떠돌던 동탄 호는 지난 6월 선주회사가 소재한 베트남에 또 다시 입항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동탄 호는 4개월 넘게 전 세계 어떤 항구에도 기항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베트남 붕따우 인근 해역에서 계속 대기 중이라고 확인했다.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서도 동탄 호로 추정되는 약 170m 길이의 선박이 붕따우 인근 해역에서 두 달 넘게 같은 지점을 맴도는 것이 포착됐다.

선박업계 관계자는 동탄 호가 석탄을 하역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다른 화물운송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금전적 손해가 크다고 전했다.

또 용선, 즉 다른 회사가 빌려 운항 중인 선박인 동탄 호가 이번 운항 중단으로 용선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동탄 호를 용선해 운항 중인 베트남의 ‘보스코(VOSCO)’사는 지난 5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믿을 만한 중개인 채널을 통해 소개된 인도네시아산 석탄 위탁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해당 선박을 빌렸다”며 북한 석탄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선박이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현 상황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실제 석탄의 원산지가 어디이든, 인도네시아가 원산지라고 밝힌 중개인 채널에 의해 자신들이 사기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보스코의 주장 대로라면 동탄 호는 단순히 의뢰 받은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일 뿐이지만, 의도와 다르게 대북 제재 위반 선박이 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

손실 금액을 하루 1만 달러로 계산한다면, 지난 4개월 간 발생한 피해는 약 120만 달러에 이른다.

선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압류된 데 이은 동탄 호의 운항 불능 사태로 대북 제재에 대한 업계 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선박 등에 유류 등을 건네는 등 대북 제재를 위반한 선박 약 6척에 대해 출항보류 조치를 취했는데, 이 중 2척은 최근 고철로 폐기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대북 제재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수 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 고철로 버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