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반찬을 주는 줄 알았는데

2019-08-13     박다빈

나는 어렸을 때 입이 정말 짧았다. 먹는 것을 싫어했다. 씹는 것은 더더욱 싫어했다. 그래서 연명의 목적으로 우유를 참 오래 먹었다. 그 버릇이 남아,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유를 즐겨 먹었다. 그런 내 식이 습관 때문에 어머니가 많이 고생하셨다. 골고루 먹고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 아이가 끼니 때마다 밥 안 먹겠다고 사투를 벌였으니. 사실 내 기억에도 옛 어머니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입속에 있는 밥을 빨리 씹어 삼키라고 나를 채근하던 어머니 모습. 속상해하시던 얼굴.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내 식이 습관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서는 살도 좀 붙었다. 그때부터는 먹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고, 먹는 즐거움도 알았다. 그래서 먹는 거 가지고 어머니 속을 썩인 적은 없었다. 원래 배통이 작아 뭔가를 많이 먹지 못해, 많이 먹는 걸로 탈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편식을 하긴 했지만, 걱정스러울 만큼 뭔가를 안 먹거나 덜 먹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계속 평균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어머니 눈에 나는 여전히 밥투정하는 애 같은지, 아직도 어머니는 한 번씩 내 밥그릇 안에 반찬을 넣어 주신다. "어여 먹어라." 하신다. "많이 먹어야지." 하신다. 먹어서 키로 갈 것도 아닌데, 하고 내가 우스갯소리하면 어머니는 빙긋 웃으시며 "그래도 많이 먹어야지." 하신다.

그래서 한 번씩 재미있는 해프닝이 생긴다. 어머니가 반찬 집을 때 무의식적으로 내가 "나 그거 안 먹어요." 하는 것이다. 그건 내 밥그릇에 넣어 줄 반찬이 아닌데, 어머니가 집는 반찬에 대고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습관이 무섭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어머니는 깔깔 웃으시며 "니 줄 거 아니다." 하신다. 그러면 나는 조금 민망해하고 많이 웃는다.

지금은 내가 어머니 끼니를 챙겨 드리며 살아간다. 매일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어머니 마음을 조금쯤 헤아리게 된다. 모두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내리사랑을 이기는 치사랑이 있을까마는, 어머니께 받은 사랑 이렇게나마 하루하루 보답해 나가고 있다. 계속 민망해도 좋으니,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는 날들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소박한 듯하면서도 거대한 희망을 매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