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2) 아침 매실

2019-08-12     칼럼니스트 신성대

 

아침 매실


매실이 익어가는 아침
가지 사이를 넘나드는 선선한 바람
둥글게 둥글게 거머쥐듯
푸른 열매가 튼실해지고
잔털마저 익어가는 공존의 시간
평화롭고 고요해 보여도
오랜 긴장으로 숙성된 사랑처럼
치열하고 신비롭다

세상에 한 번에 익는 열매는 없다
아침이 주는 수 많은 하루
그냥 지나치면 몰랐을
잎사귀에 숨은 황금 매실
내 생의 열매도
얼마나 익어가는지
나무를 거머쥔 선선한 바람에
내 몸을 갖다 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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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산책길. 잎사귀가 파르르 떨리면 가지도 덩달아 밍기적 몸을 흔드는 시간, 모든 평화가 깃드는 고요한 시간 파란 매실이 어느덧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잔털이 표피를 뚫고 감싸고 있었다. 한주 전 까지만 해 도 몰랐던 익어가는 매실 열매에 잠시 인생의 과정을 엿보는 듯 했다. 바람이 어루 만지는 수많은 시간 동안 한번에 익는 열매는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