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 - 1

만날 사람은 만난다.

2019-07-30     Tanker

직장생활을 영업 보직으로 시작했기에 승용차가 필수라
그 당시 유행했던 흰색 아반테를 한대 장만했다.
모아놓은 돈이 없었기에 보험대출로 자금을 만들어
궁둥이가 예뻤던 아반테를 운전하고 다녔다.


워낙에 고등학교 후배들을 좋아해서 동문회건 어떤 모임이건
줄기차게 다녔다. 한마디로 후배들의 봉노릇을 했던 셈이다.
여름철이 됐으니 여름휴가를 가기는 해야 되는데 그 해 여름도
역시나 후배들과 떠나는 것으로 결정하고 목적지는 속초 해수욕장


후배 3명을 태우고 강원도로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차도 산지 얼마 안된는지라 4명이 탄 상태지만 에어컨을
튼 채로도 가볍게 달려주었다.

남자들끼리 가능 여행인데 뭐 그리 따로 준비할 것도 별로 없다.
그냥 입을 옷 몇가지랑 칫솔 정도, 그리고 두둑한 비상금은
선배인 내가 챙기고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아무생각 없이 차를 끌고 해수욕장 주차장 입구로 가서 주차권을
받으려 하는 순간 아니 이게 누구야...
군대 복무 시절에 2개월 후임병이었던 최OO 병장
분과는 틀렸지만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성격의 소유자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후임병이었는데 전역한지 몇년이 지난 후에
여기서 볼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속초시청에 근무하는데 여름철에 이렇게
주차장 관리를 공무원들이 파견나와서 근무한다고 한다.
전역후에 연락이 끊겨 잊고 살았던 후임병을 이런 기회로
만나게 되다 보니 반가운 마음이 그지 없었다.

저녁에는 자신이 아는 횟집으로 초대해줘서 그럴싸하게 대접받고
다음날 점심은 직접 집으로 초대해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연인사이는 아니지만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져서 그랬나
만날 사람은 다 만나는 법인가 보다.


여기저기 연락처라도 수소문해서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만나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다.
쓰다 보니 벌써 20년도 훌쩍 넘은 그런 얘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