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파리가 더 많았던 펜션

2019-07-30     박다빈

20대 초반이었던 때 있었던 일이다. 친구들과 근처 피서지로 피서를 가기로 했다. 누가 펜션 예약을 미리 해 두어서 우리는 주말 정오쯤 펜션에 도착했다.

처음에 짐을 풀 때는 몰랐다. 펜션 안 위생 상태에 대해서. 물놀이 나가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튜브를 불고, 간단하게 짐을 챙겨서, 강으로 나갔다. 강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시 펜션으로 돌아온 우리는 펜션 안 수영장에서 2시간쯤 놀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우리는 씻고 펜션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펜션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숯불이 꺼지고 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펜션이 산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남은 간식을 마저 먹고 자기로 했다.

술을 한 잔 해서 그런지, 그때는 주변에 파리가 많다는 걸 몰랐다. 친구들이 하나둘 자고 나서야 나는 내 주변에서 윙윙대고 있는 파리를 보았다. 파리들이 정말 많았다. 의자 등받이에 파리가 네다섯 마리씩 앉아 있을 정도였으니까.

잡을 엄두가 안 났다. 너무 많아서. 결국 나는 아는 동생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밤을 샜다.

그 날 이후로 숙박업소를 고를 때 리뷰를 꼭 챙겨 보는 편이다. 특히 위생 상태에 관하여. 바닥이 쩍쩍 붙고 파리가 득실대는 펜션에서의 하룻밤이 나에게 말없이 많은 것들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