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들

2019-07-30     박다빈

오래 전, 저물녘의 기억이다. 여럿이 함께 바다에 갔었다. 기차 입석을 타고 꽤 힘겹게 포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들어갔다. 바다와 인접한 숙소였다.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좁긴 했어도 더럽거나 낡지 않은 숙소였다. 숙소 입구에 수도 없이 널려 있던 슬리퍼들. 그 슬리퍼들 위로 여름 뙤약볕이 내리고 있었다. 태양은 문자 그대로 작열하고 있었다.

기차역 근처에서 사 가지고 들어온 고기에서 육즙이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일행과 나는 버너에 팬을 올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그 날은 고기보다 과자가 더 맛있어서, 나는 과자와 음료수를 잔뜩 먹었다. 그러고 났더니 입이 깔깔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다. 해가 질 무렵이었다.

일행들에게 아이스크림 먹을 거냐고 물어본 다음, 나는 숙소 밖으로 나왔다. 구멍가게가 곳곳에 있어, 아무데나 들어가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잠깐이라도 바다를 보고 싶었다. 붉어지는 하늘 아래에서 저벅저벅 걸었다. 저 멀리 일렬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약속처럼 민소매 티를 입은 채로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얘기를 나누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저 바다를, 하늘을 내다보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 풍경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가 한 번씩 그 풍경이 떠올랐다. 때로는 그들이 부러웠다. 아무 말 안 하고 그저 좋은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침묵으로 휴식할 줄 알았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주제넘게 궁금하기도 하였다.

하여 어느 해 여름에 나는 저물녘 모래사장에 혼자 오래 앉아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조금 났었던 것도 같다. 근사한 저녁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좋은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있어야지, 생각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