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2019-07-24     알짬e

바쁜 척하느라 이번 미션은 하지 말까 하다가 마감시간을 조금 남겨 놓고 포스팅합니다.

다른 님들의 이름과 관련된 글들을 읽다보니 부르기 쉬운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는 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딸과 아들이 있는데 모두 이름을 제가 지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철학이라든지 또는 작명에 대한 센스가 있었다거나,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직접 지은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보통 작명소에 가서 아이들 이름을 짓는데 시골에서 자란 저는 작명소를 찾아간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 이름은 할아버지가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딸아이를 낳고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딸이라고 말씀드리고 이름 어떡할까요라고 여쭈니 알아서 하라십니다. (남아선호 사상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래서 이름 짓는 법을 설명한 책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그 책에 '부르기 쉬운 이름이 좋은 이름이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름을 지을 때 따져야할 획수 등 여러가지를 따져 본 후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이름으로 딸아이 이름을 지었습니다.

약 2년 후 이번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께서 먼저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런 이름이 어떠냐고 물으십니다. 돌림자에 아버지께서 생각하신 한 글자를 더해서..

그런데 이름이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거절했습니다.

"아버지, 이번에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딸아이 이름 지을 때 보았던 책을 다시 꺼냈습니다. 아들이다 보니 돌림자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원칙은 '부르기 쉬운 이름이 좋은 이름이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다.'였습니다.

가끔 아들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고집하셨으면 너는 ○○○이 될 뻔했다. 그래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이름을 갖게 된 것, 할아버지께 감사해야 한다."라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6년이 지났습니다.

살아계셨더라면 우리 아이들 정말 귀여워 해 주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