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2019-06-20     은빛태양을사랑할래

화가이셨던 저의 아버지는 흔히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가끔은 괴팍하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에 뭔가 특이하고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사물이나 사건을 놓고 보는 관점이 상당히 다르고 독창적이셨고 어떤 상황에서나 독특한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저도 남다른 창의적인 면을 갖게 되었고 남이 보지 못하는 특이한 점들을 잘 찝어내는 그런 성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달리 아들보다 딸인 저를 예뻐하셔서 목마를 태우고 올드 팝송을 같이 듣고 노래도 불러주시고 작품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다닐 때도 항상 저를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에게 '정말 머리가 좋다', '재주가 비상하다', '저렇게 똑똑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어릴 때 제가 정말 천재인줄 알았습니다.

장기를 가르쳐주셔서 장기를 둘 때 앞의 수를 읽거나 상(象)을 적절하게 쓰면 '장기에서 상(象)을 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정말 머리가 좋다고..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말을 했을 때도 '대단한 아이다', '상식이 풍부한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항상 그런 말을 듣고 자라다보니 저는 무슨 상황이 닥쳐도 '나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비범한 사람이니까' 잘 할 수 있다. 용기를 갖고 끝까지 끈기를 갖고 해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성장과정에서의 아빠의 무한한 사랑, 무조건적인 격려와 칭찬이 자아정체성, 자존감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이었습니다.

실패할까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룩할 수 있는지.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신 겁니다.

마지막 가시는 그날 새벽에 저에게만 왔다가셨습니다. 많이 아프셨던 그 모습이 아니고 젊으셨을 때 정말 잘생긴 아빠모습으로 파란하늘 뭉개 구름사이에서 저를 보며 미소 짓고 계셨습니다.

가시던 날 지켜봐드리지 못해 한스럽고 영원한 멘토이신 나의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