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문화

2019-06-20     소머즈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체면과 격식이 중요한 문화 속에 살아왔다.

그래서 하지 못한 이야기와 애써 순화한 표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미 만들어져있고, 형성된 가치관에 갇힌 주류문화가 놓친 것들 B급 문화는

여기에 반기를 들고 나타났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기에는 속물 같아서, 이기적인 것

같아서 못했던 표현들. B급 감성을 장착한 콘텐츠들은 이런 체면을 과감히

벗어 던진다. 이것이 B급 문화의 미덕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는 전설의 복서 메이웨더의 말,

“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네가 더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

라는 방송인 유병재의 말은 B급 감성이 사랑받는 이 시대에 새로운

명언이라고 불린다.

광고, 음악, 영화 등 다방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이제는 정착된 하나의

트렌드가 된 B급 문화. 핵심은 'B'에 있다.

우리는 흔히 'A'를 '최고'의 의미 로 쓴다.

잘 다듬어진 주류 문화를 A라고 볼 때 잘 포장된 것, 공들인 것에 집중하는

A의 문법이 지겹다고 처음부터 A가 되기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B급 문화의 화법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것이 B급 문화가 A보다 못한 '수준 낮은 문화'를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B급 문화 콘텐츠는 진지하고, 공들여서 재미 없고 외면 받는 길보다

삐딱하고 튀어도 주목받고 재미있게 만드는 길을 택한다.

'최고', '최선'을 강요하고 '그럴듯한 것'만 인정받는 세상에

'좀 모자라면 어때서?', '대충하면 어때서?'라고 묻는 듯한 것이 B급

문화의 특징 이다.

대부분 '본의 아니게'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싼티, 촌티, 날티를 낸다.

A와 B라는 알파벳을 상하의 개념으로도 사용하는 탓에 B급 문화를

하위 문화로 혼동하기 쉽지만 B급 문화는 A와는 다른 문화이자

하나의 장르일 뿐이다.

주류문화와 비주류문화가 어느 한 쪽보다 우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