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존엄하게 산다는 것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의 핵심 명제는 이렇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 여기에서부터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한 인간이 자기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나침반이 바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존엄'이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존엄사를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결코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뭔가 '쾅'하고 답을 얻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이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존엄'이란 개념이 명확히 머릿속에 새겨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가 답답해하고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뭔가를 계속 끊임없이 이루고 달성해 나가야 하는 삶 속에서, 우리가 이루어놓은 문명의 발전 속에서, 내 주위 것들은 어떻게 개선해 나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이 모든 것들을 다루는 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아니, 사람을 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선동가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여느 선동가들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는 식의 답은 주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존엄'이라는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도, 생각만큼은 절대 쉽지 않게 하게 한다.
내가 가고 있는 삶의 방향이 과연 어떤지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건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사람이건 이 책은 분명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