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감나무

2019-04-05     없을무

감나무를 보면 외가댁의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계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동생 두명을 연달아 낳은 어머님은 부산스런 나를 케어하기 힘들어하셨다.

임시방편 삼아 동생들을 낳을 때마다 한 달 정도씩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지곤 했다.

장남으로서 오롯하게 엄마의 사랑을 받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목이 세져라 '엄마'를 외치며 우는 일뿐이다.

그럴 때마다 할머님은 빈젖을 내게 물리고 달래고 달랬다고 한다.

그런 그리움이 있어서일까?

외할머니는 내게 또 다른 의미의 '엄마'이시다.

외할머니댁은 시골 중에 진짜 시골.

마을에 가구라고 해봤자 100가구 정도 될까?

읍내까지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버스는 하루에 두번정도 운행한다.

터주대감모냥 할머니 집을 지키는 큰 나무가 생각 난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깍아 먹기도 하고,꽂감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사실적으로 시장에서나 마켓에서는 절대 팔 수 없는 못생기고 작고 상처 많은 감.

게다가 떪기도 많이 떪어서 맛도 없는 그런 야생 감.

그러나 구부정한 허리로 감대로 톡톡 쳐대며 떨어트리는 감을 주워먹을때마다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달고나만큼 단 할머니표 감이 나는 참 좋다.

할머니 연세가 거의 아흔이 다 되가신다.

아직은 버스 타고 읍내도 나오시고,동네 마실도 매일 나 다닐 정도로 건강하지만

언제가 할머니와 이별할 날이 올 거라는 것은 알기에..

할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릿한 기억이지만 할머니의 체취가 생각나서

곧잘 눈물이 나온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큰 솥단지에 무심하게 닭 던져

끊여주시는 할머니의 투박한 손..

어린 손주 엄마 그리워 잠 못잘때마다 어르고 달랬던

고운 손..

나에게 감나무는 외할머니이고

외할머니이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