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이 하는 잔소리

전기코드 뽑아라, 가스 잠궈라.

2019-04-01     송이든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고대기기의 코드가 뽑혀있지 않았다.

너무 놀라 고대기코드를 뽑고 딸아이에게 전화로 한바탕 정신없이 폭풍랩으로 화를 냈다.

평상시에도 건망증이 심해 휴대폰이나 지갑을 자주 잊어버려서 항상 걱정안으로 들어와 안기는 아이였다. 아무리 잔소리해도 본인이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 버릇이고 습관이라는 걸 알기에 언젠가 호되게 당하면 고치겠지 하고 두 말 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듣는 사람도 피곤하지만 하는 사람도 피곤한 법이다.

꼭 말을 두 번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한 번 만에 알아듣지 못할 때 무지 짜증이 난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다. 그건 습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면 어렵다는 것을 안다.

잔소리를 해서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잔소리는 서로에게 소모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왠만하면 안하려고 노력, 또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나서는 더욱 안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차원이 다르다. 집에 화재가 날 위험천만한 것이고, 거기에 대해 너무 둔감한 아이에게 항상 조바심을 가지게 된다.

아침에 집을 마지막으로 딸이 나서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나갈 때는 가스에서부터 전기코드를 다 확인하는 편이다. 하지만 준비하느라 허겁지겁 나가는 아이는 그렇지 못하니 먼저 나가는 날은 항상 그 부분이 걱정이 되어 누차 아이에게 전기코드 빼고 나가라, 가스 잠그고 나가라 재차 말하는 것이 내 입에 달라붙어 있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아이도 짜증나고 나도 짜증이 난 날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잠식시킬 수 없었던 나는 포스트잇에 '전기코드 뽑을 것','가스 잠금 확인할 것'이라고 적어 현관문에 붙여놨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효과가 먹히는가 싶더니 그 포스트잇을 잘 확인하지 않는 걸 알고, 다음 대안으로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문자 알람이다.

아이가 나갈 무렵에 예약문자 알람을 해놓고, 아이에게 문자가 가게 하는 것이다.

문자로 '나가기 전 확인요망'이라고 보내는 것이다.

깜박깜박하는 딸아이로 인해 잔소리하다 포스트잇으로 또는 문자로 보내는 엄마의 불안함을 언제쯤 이해하려는지, 언제쯤이면 건망증이 사라지려는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