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지는 클래식

2019-03-15     김창원

   일과를 끝내고 샤워를 한 후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을 듣는 것은 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다.

   내가 자주 듣는 클래식 중에서 오늘은 감동적인 실화가 있는 알바노니의 

아다지오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 1671-1751)는 바로크 시대 후기를 대표하는

베네치아 출신의 작곡가로 딜레탕트(dilettante, 예술이나 학문을 취미 삼아 하는 사람)

작곡가로서 일생을 보냈다.

알비노니는 평생 50여 곡의 오페라와 40여 곡의 칸타타, 64곡의 협주곡과 8곡의

신포니아, 97곡의 소나타 등을 작곡했다. 알비노니는 당대엔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떨쳤으나 오늘날엔 오보에 협주곡 D단조 등 기악곡 작곡가로 알아주고 있다.

알비노니가 유명하게 된 것은 ‘아다지오 G단조’ 덕분이다.

그런데 ‘아다지오 G단조’는 알비노니의 작품이 아니다.

그럼 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 또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라고 불리는 것일까?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레모 자초토(Remo Giazotto, 1910-1998))는 알비노니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연구하는 음악학자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945년 여름, 그는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폐허가 된

독일 드레스덴 시의 도서관에서 한 종이를 발견했다.

그 종이는 단 몇 마디의 선율과 화음 표시가 적힌 악보였다.

자초토는 이 악보가 1738년경 작곡되었다고 그 존재만 알려졌을 뿐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 Op.4의 일부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너무 짧은 종이안의 부분만으로 소나타 전체를 복원할 수는 없었다.

자초토는 아예 이 짧은 선율을 바탕으로 알비노니에게 바치는 ‘새로운 작품’을

쓰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해서 ‘알비노니의 단편(斷片)에 의한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가 작곡됐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알비노니가 아닌 자초토의 작품이다.

자초토는 생전에 알비노니의 단편 악보는 없었으며 ‘아다지오 G단조’는 순전히

자신의 창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고 그래서 그러한 오해가 생겨난 것이다.

바로크와 낭만주의 양식도 구분하지 못했던 음악 저널리즘과 방송이 이 ‘심금을

울리는’ 작품에 알비노니의 이름을 달아 퍼뜨려 이러한 오해가 기정사실화

되어버린 것이다. 자초토의 말을 정확하게 반영하면 ‘자초토의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