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미션]구운생선에도 그레이드레벨이 있다

2019-03-12     오희정

어린시절에는 비교적 구운생선, 튀긴생선을

그다지 따지지 않고 잘 먹었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먹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선을 잘 손질하고

비린내 제거를 위해 마리네이드를 

잘 하더라도 어릴적에 먹던 생선맛이 나질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종로통 공평동 뒷골목의 연탄으로

굽는 생선은 옛날 고등어 자반구이 맛이

나는데 왜 집에서 구우면 비린내도 심하고

먹을 수가 없는 걸까.

동생의 상견례가 있던 수년전

유명 한정식집 주방장님에게 물어서

생레몬즙과 소금물을 섞어 풀어서

여름에는 1시간, 겨울에는 반나절 마리네이드한

생선굽기 방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역시 내가 굽는 생선을 내가 못먹는다.

비린내 때문이다.

갖은 연구(?)끝에 알아낸 이유는

생선은 연탄불이나 숯불위 또는 볏집 위에

석쇠를 얹어서

구워야 잡내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생선을 튀길때는 무쇠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궈서 튀겨내던가(갈치, 조기 종류)

밑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레스 프라이팬이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게 생선을 잘 튀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미세먼지때문에 집안의 환기를

하지 못하니 레인지 후드를 아무리 가동해도

비린내가 남으니 당분간 생선은 안먹을 것같다.

이럴땐 연탄불 피우던 시절이 그립다.

김치찌개도 연탄불에 올려진 노란냄비 찌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듯이 생선도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