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심부름의 기억

2019-03-07     유재호

어느 정도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렸을 때 어른들의

막걸리 심부름을 다녀온 기억들이 있으시지요.

 

양은 주전자 들고 덜렁 덜렁 막걸리를 받으러 갔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막걸리 재강(?)이라고 했던 막걸리를 담그고 남은

찌거기도 함께 집으로 가져가서 설탕을 타서 먹으면

달달했습니다. 많이 먹으면 알딸딸해집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달에 한번 했던 회식은 또 다른 직장생활의 재미였습니다.

보통 1차는 소주로 시작하죠.

그리고 1차가 끝나면 2차는 일반적으로 호프집이었습니다.

얼큰하게 되면 이제 집으로 곱게 가서 자면 되는데....

안좋은 버릇이 발동됩니다.

 

뭐가 아쉬워서인지 꼭 가게에 들려 막걸리 2병을 사들고 집으로 갑니다.

막걸리도 도수와 양이 꽤 되는지라 많이 먹으면 아침에 힘든데

더군다나 이미 전작이 있었던 상태에서 들이키는 막걸리는 죽음입니다.

그런데 이게 기억이 있는 상태가 아닌 블랙아웃 상태에서 벌어지는

행동이기에 더욱 이상합니다.

다 먹지도 못할 막걸리를 사가는 것도 문제지만

꼭 TV 켜놓고 막걸리 먹다가 그자리에서 잠이 들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먹다 남은 막걸리 병과 잔, 그리고 접시에 담긴 김치.

쉽사리 고치지 못한 습관이지요. 옛날 막걸리 심부름 때문에 생긴 건지

아니면 그냥 술이 좋아 시원하게 한잔 더 하고 싶은 욕심인건지.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지만 막걸리 심부름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 보면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