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대처 비난 직면한 '성폭행 BJ 흉기'…피해자 '저항' 따지는 사법부와 달라

2019-02-20     정연
(사진=경찰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이에게 흉기를 들었다가 경찰서에 가게 된 여성. 경찰은 흉기를 든 과정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견은 갈리고 있다.

20일, 광주에서 수면 중에 깼다가 성폭행을 하는 BJ에 저항, 흉기를 들었던 여성이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경찰은 여성이 흉기를 든 이유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분노 때문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지만 비난은 거세다.

특히 이 사건을 접한 이들은 성폭행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고 성토하고 있다. 앞선 성폭력 판례들 중 피해자 저항이 관건이었던 사건들을 언급하며 저항을 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일부 성폭력 관련 재판은 '피해자 저항' 여부를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리며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올해 1월, 법원은 캄보디아 출신 아내의 동생을 1년 동안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소리를 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당시 상황, 피해자의 공포를 생각지 않고 단순히 범행 당시의 물리적 저항 여부만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같은 재판부가 지난해 7월 10대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도 "삼촌이 조카를 때리나 위협한 사실이 없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기에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컸다.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력을 당했다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언급한 이들이 많았던 것.

특히 이같은 선례로 인해 피해자의 저항으로만 처벌 여부를 판단한다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짐과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들이 많았던 상황이다. 이 가운데 성폭력범에 흉기를 겨눈 여성이 정반대의 상황에 처하면서 여론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여론은 경찰이 주목한 감정적 분노 이전 성폭행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옳다면서 자기방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폭행을 말리다 폭행죄로 입건된 사례,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이를 돕기 위해 차를 세웠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을 문 사례 등 답답한 부분으로 논란이 됐던 법 제도에 대해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