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블로그시(Blog Poetry) 창작대회 수상작 : 벽

2018-06-23     편집국

                          벽


                                             sdjohn  (장상돈)





태어난 집 흙벽을 만나러 간다.

뒷산의 황토랑, 논의 볏짚이랑, 깊은 우물물이 숨을 몰아쉰다.

할머니 춤에서 나온 알밤이 그리 크게 보이던 아랫채를

흙벽 홀로 아직도 버텨주고 있다.



시멘트벽은 바람과 맞서

채소들의 친구가 되어 호박넝쿨을 오롯이 받아주더니

벽 사이사이에 친구들의 흔적만 남기고

또 다른 친구를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돌담 연산홍이 벽이 되어

토끼 한마리 몸을 숨길 집이 되려고

가짓잎 흩뿌려 자꾸만 벌거벗는다.



알밤 구할 수 없는 도심의 벽 위에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에게 복스런 알밤을 건넨다.

지구상의 가장 유약한 종을 보호하려는 벽들의 수고가 고맙다.



*****

벽은 바람을 막아주고 비와 눈도 심지어 푹풍이 몰아쳐도 서로를 붙들고 끝까지 지구상에 가장 유약한 듯 보이는 사람을 막아준다. 그래서 몸 하나 숨길 곳 없는 그런 벽이 없으면 세상은 위험하다. 흙벽, 시멘트 벽, 돌담은 늘 어린 시절처럼 그 자리에 서있다. 온갖 자질구레한 어린 것들의 장난질도,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도, 토끼 한 마리의 숨소리마저 함께한다. 이젠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에게 복스런 알밤을 건네는”세월의 담벼락에 지금 몸은 옮겨져 여러 삶의 변천사는 있었겠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가장 유약한 종“을 대대로 지키고 서있으니 그 ”수고가 참 고맙다“는 인사에 벽들도 더 튼튼히 견딜 듯싶다.

위시는 파이낸스투데이와 메이벅스가 공동주최한 "제2회 블로그시 창작대회"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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