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Blog Poetry 창작대회 수상작: 아버지의 바다

2018-05-22     육경숙

 

아버지의 바다

      -마당-    

 

칠십의 나이가 되었어도

삽작문을 한번도 가지지 못한

아버지의 바다

헌 비닐조각으로 비옷을 해 입은

흙담만이 유일한 울타리였다.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없던

유난히 거칠었던 포구

지게로 꿈을 져 나르며

좁아질수록 가슴이 환해지던

아버지 삶의 넓이

 

버짐처럼 피어오르는 잡초를 뽑고

아픔의 돌자갈을 골라내며

새벽 이슬 촉촉한 가슴으로

매일 비질을 하셨다.

바다가 되도록

 

가난과 설움, 마음대로 되지않는

세월을 쓸어 내셨을까?

오래 묵어 속으로 흐르는

강물을 퍼 내셨을까?

눈물로

평생 다듬어 놓은 작은 바다

 

덩치 큰 배들에게 포구를 내어 주듯

텅빈 콘크리트 우사에 내어 주시고

일흔의 아버지

여직 새벽 비질을 하신다.

예전보다 더 오래도록 천천히

 

한낮의 햇살이 가만히

당신 바다에 엎드리면

아버지, 오수 속에서라도

잔잔한 바다 위의

마당보다 큰 배의 선장이 되셨으면 좋겠다.

 

육경숙 (sky3913)

 

위 시는 메이벅스 주최, 파이낸스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국내 최초의 Blog-Poetry 대회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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