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Blog-Poetry 대회

2018-05-21     진주원

구절초

이 줄을 그만 탁 놓고 싶은 세월이지만
이름 하나에 그러질 못 합니다
나보다 구억구천만 배는 더 아팠을
당신 이름, 어머니
두 개의 관절 연골은 벌써 다 닳아
실리콘 수술로도 온 걸음이 아닙니다
맏이, 둘째, 막내, 세 마디 모두
속썩이는 불면의 관절이 되어
다섯 마디 모두
세월과 더불어 이마의 주름살 계급장으로 달리고도
아직 네 마디 관절이 저주의 문신처럼
기다린다지요
이 고해의 바다 끝 외로운 섬에서나
비로소 평온을 맞이할까요
절벽 끝에 드러난 노송의 뿌리같은
갈퀴손으로
오늘도 어느 산 기슭에서
내리사랑 구슬땀을 흘리고 계시겠지요
불면의 첫 마디를 위해
그 꽃잎 가득 따서 차를 우리고
줄기와 잎으로 둘째의 높은 혈압과
셋째의 허한 속을 다스리려 하시겠지요
그렇게 아홉 마디 모두 꺾인 후
당신은 하얀 꽃으로 피어나는 것입니까
가을이 이슥해지는 세월마다 당신은
회한의 소금 눈물로 거듭거듭 부활하실 징조를
부엌에서 피어나는 진한 저 향기가 또 일깨웁니다
해마다 하얀 저 꽃잎에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홉 마디 모두 차면
이제는 영영 그리움으로만 속울음 울어야 할까봐
괜시리 못 본 체 안 본 체 딴전을 피울 뿐이랍니다
제발!

 

작가 : 진주원 (pearlone)

 

위 시는 메이벅스 주최, 파이낸스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국내 최초의 Blog-Poetry 대회 수상작입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창작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블로그-시 창작대회 등을 개최하여 작가들의 등단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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