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리스크 회피만 신경쓰다 본연의 임무 놓칠라

2018-04-15     김현 기자

(서울=뉴스1) 은행들이 갈수록 기업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회피 경향이 심화돼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책은행(기업·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의 대출을 분석한 결과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 말 48.8%에서 2017년 말 46.7%로 하락했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 말 34.3%에서 2017년 말 26.3%까지 하락하면서 하락폭(2010년 말 대비 8.0%p↓)이 더 커졌다.

반면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심화되면서 2010년 말 48.3%에서 2017년 말 65.2%로 16.9%p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54.1%에서 71.2%, 대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20.6%에서 30.1%로 담보대출 편중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부분으로도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업대출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 말 30.9%에서 2017년 말 29.4%로 하락했지만, 서비스업 비중은 2010년 말 59.4%에서 2017년 말 64.8%로 5.4%p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업 중 부동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17.0%에서 25.1%로 8.1%p나 올랐다.

기업대출 잔액을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 신용대출 등 3가지 기준으로 환산한 총대출 대비 ‘생산적 대출’ 비중도 기업대출 비중 하락폭(2.1%p↓)의 3.3~4.3배에 달하는 등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더욱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유발을 기준으로 한 총대출 대비 생산적대출 비중은 2010년 말 45.4%에서 2017년 말 37.1%까지 하락했다. 이는 생산유발 효과가 작은 부동산업 대출은 증가(74.2조원, 107.7%↑)한 반면 전자와 철강 등 생산유발 효과가 큰 업종의 대출은 감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기준으로 한 총대출 대비 생산적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44.7%에서 37.8%로 떨어졌다. 2013년 이후 건설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업종의 대출은 줄고 고용 창출 효과가 적은 부동산업 대출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한 총대출 대비 생산적대출 비중은 은행의 위험 회피 경향 심화로 2015년 이후 신용대출 금액이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25.2%에서 16.2%로 하락했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정책·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 공급 역학이 저하됐다"며 "특히 일부 은행은 저금리 기조 하에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 가계·담보대출, 자영업대출(주로 부동산업) 등에만 집중하는 등 실물지원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업 대출 등 비생산적 분야에 대한 과도한 자금 공급을 억제하고 생산 유발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부문으로 자금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발표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방안의 세부 이행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감독·검사업무 수행 때 은행의 생산적 자금 공급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필요하면 은행별 현황을 평가·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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