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시화 에세이] (13) 봄은 오지 않았다.

2018-03-05     신성대 칼럼니스트/작가

봄은 오지 않았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추운 바람에
겨울이 엉켜 
온갖 나무를 휘감고
달랑 남은 잎새 마저
부는 바람에 못 이겨
그네를 탄다

깊은 겨울 틈바구니
나무와 나무 사이
눈 내려 녹고 얼었던
바짝 마른 가지는
죽은 듯 말이 없었다

그래도
나무는 살아 있었다
거친 껍질 속 겹겹이 
속으로 속으로
호흡하는 수액의 체온으로
그 겨울 혹한을 견디었다

겨울의 끄트머리
하늘에서 낙하하는
빗줄기는
줄줄이 손을 뻗어 
나뭇가지에 매달려
차례차례로 흘러
긴 겨울의 때를 씻어 낸다

가지끝 마디마디에
겨울은 눈처럼 녹아 내리고
녹아 내린 자리엔
잠들어 보이지 않던 
웅크린 꽂망울들이
조심스레 눈 뜰 준비를 한다

" 드디어 봄은 왔다
아니 언제나 봄이었다
당신과 나 사이엔 ..."

그렇게 
싱그런 봄비는
촉촉히 스며드는
나무 속을 노크하며
그대에게
봄 인사를 건넨다


**************************
필자의 작품설명 :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온다
추운 겨울의 혹한을 견디고
온몸을 휘감겨 난
생채기가 생겼다 아물기를
하루에도 수십수천 번을 지나는 
바람을 만나 수싸움을 한다
그래야 봄이 온다
그래야 단단해진다

하지만
겨울속에
그 겨울 나무속에 이미 봄은 숨어있다
죽은 척 잠든 척 할 뿐
결코 잠들지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한 사랑처럼
봄은 늘 새로운 희망을 준비한다

때론
힘겨운 하루지만
그래서
몽울몽울 꽃이 필
봄이 더 기다려진다

 

필자소개 

신성대  작가/ 칼럼니스트 

저서 : '별을따라가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것' 

       '땅끝에서 피는 들꽃'

 

경제미디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파이낸스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