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독감은 돼지 탓이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
돼지독감은 돼지 탓이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
  • 채 수 경
    채 수 경
  • 승인 2009.04.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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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투데이 컬럼-돼지우리속 인간의 자업자득

[파이낸스투데이=컬럼]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가축은 돼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약 9천년전부터 중국과 근동 지역에서 멧돼지를 집돼지로 가축화했다고 전해지는데 한자 집 가(家) 또한 지붕을 형상화한 집 면(宀) 아래 돼지의 머리, 네 다리와 꼬리의 모양을 본뜬 돼지 시(豕)가 들어가 있는 형태다.

한자문화권에서 돼지를 복(福)과 연관 짓는 것도 가장 오래되고 친근한 가축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산과 부의 상징이어서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고 믿으며 타인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가돈(家豚)’이라고 낮춰 부르기도 한다.

멧돼지가 집돼지로 가축화됐다는 것은 진화론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자고 일어나면 먹을 것을 찾는 집돼지는 멧돼지에 비해 소화기관의 길이가 길고, 그걸 감싸는 늑골수도 많고, 새끼도 한번에 10마리씩 떠 낳아 젖꼭지가 좌우 7쌍이나 되고, 자랄수록 볼기 등 고깃살이 많은 뒷부분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오로지 먹고 살찌는 게 돼지의 미덕, 돼지 돈(豚) 또한 ‘豕’에 고기 육(肉)을 붙인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또 멧돼지는 봄에만 새끼를 낳는 계절 번식동물인데 반해 집돼지는 일년 중 어느 때나 번식이 가능한 주년 번식동물이다. 돼지를 영어로는 ‘pig’ ‘hog’ ‘swine’이라고 하지만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pig’는 성장하지 않은 어린 돼지, ‘hog’는 120파운드가 넘는 다 큰 돼지, ‘swine’은 ‘집에서 기르는 다리 짧고 몸집 큰 가축’ 즉 ‘집돼지’를 뜻한다. 또 수퇘지는 ‘boar’, 암퇘지는 ‘sow’라고 한다.

인간에 의해 좁은 우리 안에서 오로지 먹고 자고 살찌도록 사육되는 집돼지는 운동부족과 비만으로 병에 잘 걸린다. 특히 암퇘지가 병에 걸릴 경우 그 젖을 빨아먹고 큰 새끼들까지 단체로 감염되는 바, 돼지우리를 자주 청소해주지 않으면 돼지열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써코바이러스(PCV-2), 각종 폐렴과 감기, 위축성 비염, 파스튜렐라, 살모넬라, 글래서병 등등 각종 질병에 걸려 집단 폐사하기도 한다.
이번에 멕시코에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신종돼지인플루엔자(A/H1N1)로 인한 돼지독감이 발발하여 현재까지 의심환자가 1천614명에 달하는 가운데 10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지만 그 또한 불결한 위생환경과 무관치 않다.

멕시코시티의 경우 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 잡아 스모그가 도시를 빠져 나가지 못해 ‘북중미 대기오염의 중심지’로 불리거니와, 전국 대부분의 수원(水源)이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등으로 오염돼 멕시코 남부 오아하카주의 경우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54명꼴로 오염된 식수를 장기간 사용하다 원인 모를 질병에 걸려 사망하고 있으며, 원주민 인디오들과 농민 등 극빈층의 생활환경은 말 그대로 ‘돼지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보건 전문가들은 멕시코시티의 나쁜 공기의 질이 이번 돼지독감 사태를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단언컨대 돼지독감은 돼지 탓이 아니라 위생문제나 환경오염을 무시한 채 이득만 추구해온 인간 탓, 돼지들에게 물어봐도 “멧돼지를 집돼지로 만들어 잡아먹어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중보건위생 문제까지 돼지에게 떠넘기느냐?”고 눈을 흘길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실제로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는 “현재 이 질병에 걸려 죽은 돼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인플루엔자는 조류와 인간바이러스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바, 돼지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발생지 명명 원칙에 따라 ‘북미(North American) 인플루엔자’로 불리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돼지만 비웃을 일이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산과 들에서 잘 뛰어놀던 멧돼지를 집돼지로 만들어 더럽게 키워놓고 고기 얻는 데만 급급해온 인간의 자업자득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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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z 2012-09-18 04:44:47 (83.136.***.***)
That hits the traget dead center! Great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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