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똥개가 보는 인간 세상, 연극 ‘똥개, 여행을 떠나다’
[연극 리뷰] 똥개가 보는 인간 세상, 연극 ‘똥개, 여행을 떠나다’
  • 편집국 김문선 기자
    편집국 김문선 기자
  • 승인 2010.10.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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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관객과 함께하는 술자리, 똥개 분장 등

 

 

무대와 객석에는 경계가 없다. 무대 위, 배우가 소주 한 잔을 나눠먹자고 관객을 꼬드긴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든다. 선택된 관객들은 쭈뼛쭈뼛, 한편으로는 당차게 무대로 간다. 배우는 종이컵 한가득 소주를 쥐어주고, 안주가 된 라면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반신반의 하던 소주가 진짜임을 눈치 채고 놀라지만 원 샷을 서슴지 않는다. 간단한 술판이 벌어지고 무대에 동화된 관객들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배우는 최고가 될 것이라며 무대 위 관객들을 치켜세우고, 자신은 오늘 30년째 일하던 직장에서 잘린 경비원이라며 퇴임식을 부탁한다.

이 작품에서 똥개는 말하고, 생각한다.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고 싶었던 똥개는 인간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대단한 판타지다. 하지만 대단한 이 판타지가 만난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현실은 재밌지 않다. 똥개는 하나같이 비주류에 소외 받은 세상과 만난다. 술만 먹고 사는 남편과 베트남 아내가 사는 다문화 가정, 시댁에 인사하러 가는 장애인 부부. 자살에 이른 학생, 갑자기 잘린 늙은 수위까지 똥개가 보기에도 답답하다. 

연극 ‘똥개, 여행을 떠나다’는 작품 제목이 주는 코믹연극의 기대감을 깬다.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고 무겁게 한다.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관객들이 보게 되는 작품의 유일한 무대 배경은 신문 기사들과 누군가의 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 더 열심히 읽게 되는 배경의 기사들은 저절로 한숨짓게 한다.

7장으로 나눠져 진행되는 작품은 장면과 장면의 전환이 빨리 이뤄지지 않아 틈이 많다. 끊임없는 볼거리를 요구하는 요즘 관객들의 속도와는 맞지 않는 처사다. 자연히 관객들의 극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이 작품의 속도다. 다른 장으로 넘어가기 전 한 템포 느리게 가며, 관객들에게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배우들은 각각 최소 4개 이상의 배역을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장치 없이 똥개를 표현해야했다. 코미디가 아닌 정극에서 사람이 동물 연기를 한다는 것은 배우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부담을 주는 일이다. 연극 ‘똥개, 여행을 떠나다’의 배우들은 완벽히 배역을 소화해내며 이질감이 아닌 관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배우의 열연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편집국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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