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리뷰] 섹시한 코미디 연극 ‘보잉보잉’
[스토리텔링 리뷰] 섹시한 코미디 연극 ‘보잉보잉’
  • 편집국 박수민 기자
    편집국 박수민 기자
  • 승인 2010.10.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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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의 반응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놀랍거나’ ‘신선하거나’ 혹은 ‘외면받거나’ ‘보호받거나’다. 연극 ‘보잉보잉’은 음지에 가려질 법한 야한 이야기를 훤히 드러내 보인다. 야한 이야기는 연극에서 웃음을 유발하며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야설이라 함은 흔히 음지에서 몰래몰래 유통되거나 야심한 밤 혼자서 즐기는 문화로 인식됐다. 이 연극은 야설을 무대 위로 옮겨왔다. 극 중 ‘야함’은 섹시 코미디를 넘어서 야설을 떠오르게 한다. 상대배우와의 키스는 기본, 급소를 더듬는 스킨십은 옵션이다. 발칙한 연극 ‘보잉보잉’은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배우의 스킨십, 성기와 순성의 거짓말이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 이름부터 섹시한 ‘성기’

 

사건의 중심에는 ‘성기’가 있다. ‘성기’의 바람기에 순박한 시골청년 ‘순성’은 질식할 지경이다. 양다리도 아닌 세 다리를 걸치는 ‘성기’는 ‘일단 즐기고 보자’다. ‘성기’의 이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불안을 가중시키며 관객의 입술을 바짝바짝 마르게 한다. ‘성기’가 세 다리를 걸친다는 비밀을 알게 된 순간, 관객 역시 ‘성기’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함께 탑승하게 된다. ‘성기’에게 양심의 가책이란 없다. 그저 세 명의 여자를 사랑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여리디여린 남자일 뿐이다. 그의 여린 마음 탓에 ‘순성’은 물론 연극을 관람하러 온 관객까지 가시방석이다. 모든 것을 시간표로 조정한다는 그지만 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세 명의 스튜어디스의 비행기가 결항 혹은 연기되며 ‘성기’의 애정전선에는 구름이 잔뜩 드리운다.

- 날지 않는 비행기, 속 타는 두 남자

 예정대로 운행되지 않는 비행기 때문에 여기 속 타는 두 남자가 있다. 이 남자들 때문에 관객도 괴롭다. 거짓에 거짓으로 칠갑된 그들의 대화와 과장된 몸짓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공연 내내 속 시끄러운 상황의 연속으로 어지럽다. 관객의 불편한 속내를 달래주는 것은 가정부 ‘옥희’다. 과도한 볼터치와 큼지막한 리본의 그녀는 엄청난 웃음을 몰고 다닌다. 연극을 야설로 만드는 것도 바로 ‘옥희’다. 순진한 시골청년의 궁둥짝을 마구 주무르는가 하면 급소도 은근슬쩍 건드린다. ‘옥희’의 나이는 가늠할 수 없으며, 그녀에게 죽은 남편이 있다는 정보만 흘려준다. 외로운 과부는 시골청년에게 달큰한 말과 끈적끈적한 유혹의 몸짓을 보낸다. ‘순성’은 질겁하지만 ‘옥희’는 그의 그런 반응조차 사랑스럽다.

- 거짓말의 종착역은 그래도 사랑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거짓말과 말도 안 되는 상황의 끝은 사랑이다. 사랑의 화살표가 약간 빗나 갔지만 어쨌든 극은 옥희를 제외하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결말을 맞이한다. 끝끝내 사랑을 받지 못한 과부는 집착과 과도한 리액션을 펼친다. 관객은 그녀의 제스쳐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한다. 연극은 거짓에 거짓을 보태지만 ‘결국 사랑은 하나’라는 낡았지만 진리와도 같은 말을 슬며시 내뱉는다. 거짓말로 관객의 숨을 조이는 연극 ‘보잉보잉’은 특유의 섹시함으로 숨통을 트이게 한다. 세 다리는커녕 연애를 해보지 않은 관객일지라도 배우들의 등을 축축이 적신 땀과 그들의 열정에 도취해 극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연극 ‘보잉보잉’은 윤당아트홀(관장 고학찬)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편집국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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