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40) 큰 것은 강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권순철의 유통칼럼(40) 큰 것은 강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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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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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이 강할까? 강한 것이 클까?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는 큰 것은 강하다는 생각이 발단이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고통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혜로운 농부가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농부는 사과가 많이 열리기를 바라며 정성을 다해 가꾸었다. 어느덧 사과는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가지에서 유난히 큰 사과가 열렸다. 그냥 놔두자니 가지가 상할 만큼의 크기여서 농부는 이 사과를 더 크기 전에 따야 하나,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나 고민했다.

이처럼 너무 크거나 혹은 너무 많이 열리면 가지를 상하게 할 수 있다. 가지가 상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나무를 이용하여 가지를 바쳐주거나 아니면 가지가 상하지 않을 적당량만 남기고 쏙아 주게 된다. 이러한 것을 이치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계획하고 합리화시키고 있다. 클수록 선하고, 큰 것이 우리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계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것을 우리는 혁명이라고 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등이 그런 것들일 것이다. 그런데 농업혁명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산업혁명이 1,2차 세계대전을 잉태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는 듯 하다.

춘추전국시대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농업 생산량이 늘어나면 더 풍요롭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오히려 거리에는 아사자가 늘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부의 축척은 제후들에게 집중되었고, 그 결과 제후들은 천자의 말을 듣지 않게 되었으며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혼란이 초래되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춘추전국시대의 시작이다.

산업혁명 시기를 생각해 보자. 산업혁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생산된 것을 충분히 소비할 시장이 없자 시장을 개척하게 된다. 소비할 시장인 식민지를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조금 늦게 산업혁명을 이룬 나라들은 개척할 시장이 없자. 싸움이 불가피해 졌다. 이 과정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혼란은 필연일까 우연일까? 혼란은 필연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무한히 큰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크기가 있다는 생각한다. 사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는 분명 있다는 것이다. 큰 은행만을 지향하고 있는 지금, 우리사회는 돈맥경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유통 공룡들은 제품의 다양성을 차단하고 있다. 다양성이 없어지면 획일적이 된다.

획일화된 사회를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보화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사회는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그 다음은 급격하게 거대해 지고 있는 유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 들어 몇 번의 굵직한 사건사고들은 시장을 오히려 축소시켰다. 그 결과 대형마트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이 없는 곳에 큰 기업만 존재하면 그 기업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기업의 존재가치 또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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