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날로그로의 입장권, 음악극 ‘천변살롱’의 음악감독 하림과 떠나는 시간여행
[인터뷰] 아날로그로의 입장권, 음악극 ‘천변살롱’의 음악감독 하림과 떠나는 시간여행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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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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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 여행 갔을 때였어요. 그리스에는 터키로부터 독립했을 무렵의 음악이 잘 알려져 있어서 전통 연주에서 발전된 대중가요가 많은데,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그들의 민족음악을 서로 연주하며 연구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백 곡 정도이고, 연주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레퍼토리는 천 곡 정도에 다다라요. 근대음악이나 전통 국악의 경우 전수자들에 의해 근근이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소녀시대의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르듯 ‘애수의 소야곡’과 같은 우리의 옛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우연히 접하게 된 만요(漫謠)의 매력에 빠져 근대음악은 물론 한국의 근대사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하림.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천변살롱’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게 된 그의 만요 사랑은 프랑스의 한 친구가 건네준 CD로부터 피어올랐다. “프랑스의 옛날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국에 이런 옛 노래들이 있던데 모르냐며 친구에게 두 장짜리 CD를 건네받았어요. ‘오빠는 풍각쟁이’부터 귀에 익은 만요들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왔죠. 그 이후부터 근대음악에 푹 빠졌어요. 조용필, 들국화 이전의 가요사가 궁금해졌고 더불어 근대사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죠.”

그리스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보며 음악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그는 당시의 노래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재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곡을 새로 쓰자’ 혹은 ‘신디사이저를 넣자’ 등 여러 의견이 분분했어요. 사실 코드의 진행이나 곡 구성이 요즘의 음악과 완전히 달라서 연주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아바의 노래만으로 ‘맘마미아’를 만들어냈듯, ‘천변살롱’ 역시 그 당시의 노래만으로 그때를 재현해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천변살롱’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곡이 추가되거나 극의 스토리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노래를 넣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다보면 어느 순간 멜로디를 따라 그 시대와 교감하게 돼요. 작년에 낭독회를 통해 김경주 시인과 한 무대에 서게 됐는데, 그 친구는 ‘천변살롱’의 음악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날아가 버리더라구요. <내 욕조의 입장권-천변살롱 악사 하림에게>를 듣는데, ‘이 친구가 음악의 사운드와 공기에 휩싸여 그 시대와 교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찾아오셔서 두 눈을 꼭 감고 노래를 듣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들이 그 시대의 것에 목말라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주 시인도, 저도 그 시대에 목말라있었고, 노래로 그 시대가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요. 상상력이 풍부한 분이라면 노래를 들으며 그 시대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영화 <모던 보이>에 나오는 경성거리나 비밀구락부를 접하고 온다면 당시의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면서 새 앨범 발매에 대한 번외질문에 재치 있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예정은 삼년 전부터 했는데 앨범 내는 것보다 이게 더 재밌어서 생각처럼 안 되네요. 가요는 한정적 장르로 굳어지고 있는데 굳이 교복 바짓단을 타이트하게 줄여 입고 학교에 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생님 눈치 볼 필요 없이 학교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주말에 멋지게 사복을 입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학교를 잘 안가서 내내 사복만 입고 있네요. 출석일수 채우려면 학교에 가야되는데 아마 잘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구멍 난 출석일수에 대한 불안감은 쉬이 찾아볼 수 없었다. “라이브로 그 시대의 음악을 생생히 즐기시면서 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셨으면 좋겠어요.” 개구진 미소로 아코디언을 든 채 포즈를 취하는 그에게서는 잊혀 진 만요의 한 가락이 소리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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