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마력
이름의 마력
  • 정천화
    정천화
  • 승인 2008.12.05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이름을 여성해방론자들처럼 작명한다면 정유천화다. 이름이 일본식이라서 싫기도 하지만 내 아이들은 정유와 정배를 합친 정유정배00이라는 여섯 글자이름을 가진 북방민족의 이름을 만들어 버리니 더욱 더 싫다. 나는 튀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아니기에 이런 식의 이름을 쓸 수 없다.

최초에 작명을 한 사람은 아담이다. 성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류최초의 인물, 아담이 각종 생물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성경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과학의 기준에 따라서 얘기하면 진화론이나 역사적 유물론도 하나의 가설일 뿐이고 그것을 가지고 절대적 진리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역시 그런 가설을 신봉(믿음?)하는 사람들이다.

하여간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이름을 바꾸었다. 政은 진시황의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이름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여불위의 아들인지 주초의 아들인지는 정치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진실은 유전자감식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케사르는 원래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그 후 고유명사 카이사르는 카이저(왕)라는 보통명사가 된다. 역사적 인물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바꾸었다. 김일성의 원래 이름은 김성주, 이승만의 원래이름은 이승룡, 나의 조상 정몽주의 원래 이름은 정몽룡이다. 석가모니의 원래 이름은 고다마 싯달타였고 이스라엘의 원래 이름은 야곱이었다. 이름이 바뀌면서 그들의 성정이 바뀌고 그들과 관계한 세계가 변하였다.

이름은 그 자체로 위엄과 포스가 있다. 하지만 이름값을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나쁜 목적으로 이용하는 인간들도 꽤 있다. 개인의 이름을 참칭하는 사람도 있고 단체의 이름을 참칭하는 사람들도 있고 국가를 참칭하는 세력도 있다. 위대한 게르만 민족이라고 참칭하던 나찌 독일은 독일민족의 이름을 더럽혔다. 예수, 석가, 최제우를 참칭하던 어떤 사이비종교 교주도 죽었다. 그는 자칭 신이었는데 죽었다. 또한 유명인들을 사칭하며 사기를 치는 인간들도 꽤 많다.

이름은 그 대상의 본질을 반영한다. 사람의 이름이나 사물과 사상의 명칭은 그 대상의 본질을 아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어떤 고유 명사가 그 대상이 보이는 특징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가 되기도 하고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흥부를 보자. 흥부는 과거에는 정직하고 착한 사람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무능력하고 게으른 인간의 전형이 되었다. 흥부는 흥부 그대로지만 20년 전에는 착했고 지금은 무능력하고 게으르다. 진보라는 이름도 독특하다. 패스트푸드의 사회가 진보적인가? 슬로우푸드의 사회가 진보적인가? 과거에는 패스트푸드의 사회는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처럼 분명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물리적인 특성에서 벗어난 대상의 이름일수록, 예를 들면 사상이나 추상적 개념들의 명칭은 시대에 따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왜곡되어 사용되기 쉽다. 그로 인해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1992년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재림파 소동이후 기독교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의 재림이나 종말이라는 본능적으로 알러지 반응을 느끼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이름의 소중한 가치와 오용 가능성을 간파한 인류는 명예와 명분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명예와 명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오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명예와 명분이라는 이름도 엉망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이름은 이름값을 해야 하고 제대로 붙여져야 한다. 사람은 사람이고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하는 전문적인 정보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는 '전문가 칼럼'을 서비스합니다. 전문가 칼럼은 세상의 모든 영역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칼럼입니다. 칼럼 송고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gold@fntoday.co.kr 로 문의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