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비(非) 대학 출신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고 자신의 출신 대학까지 비판하는 등 아이비리그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 중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모교인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예일대에서는 미국의 위인들에 대한 적대감과 미국에 대한 경멸을 배웠다"라며 "두 대학에서 학위를 딴 것은 나에게 주홍글씨와 같았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보낸 7년간 대학의 '세뇌 교육'을 간신히 견뎌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디샌티스와 공동 2위 구도를 달리는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또한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두 대학에 대해 "한때 특별한 기관이었지만 지금은 자기 파괴적인 관행에 관여하고 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최근 수년간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이 좌파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 중국 자본이 침투하여 캠퍼스 내의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던 상황이다. 

WSJ는 그러나 "사실 이들은 정·재계에서 현재 입지에 오르기까지 명문대 출신임을 내세우며 모교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하버드대와 예일대는 미국에서 수많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으로 꼽힌다.

디샌티스도 예일대 재학 시절 역대 대통령이자 대학 선배인 조지 W 부시의 뒤를 따라 대학 야구단에서 주장으로 뛸 정도로 '부시 트랙'을 걸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디샌티스가 정계에 진출한 뒤에도 예일대와 하버드대 동창은 모금 행사를 열어주며 대선 행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라마스와미 또한 학연으로 적지 않은 발판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정치 인맥을 쌓고 벤처 투자자와도 연줄을 맺었으며, 제약 스타트업을 세운 뒤에도 아이비리그 출신을 발탁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으로선 모교와 연관되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런 전략은 공화당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유권자가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한때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학벌'은 보수 정당인 공화당에서 수십 년간 자랑거리로 꼽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서 포퓰리즘 기류가 번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주자가 아이비리그를 비난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고, 유권자들도 대권 주자들의 이같은 변심을 '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WSJ은 주장했다. 

하버드대 출신 정치 전략가인 짐 로는 이들 공화당 주자를 겨냥해 "그들은 자신이 헛소리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수많은 유권자가 그것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 또한 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이 편향적인 좌파 교육의 산실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지는 꽤 됐다. 심지어 미국 명문 대학들이 중국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친중 행보를 보이거나, 친중 교수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어떻게 미국 대학의 분위기를 쇄신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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