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이대로면 무너질지 모른다, 왜?
공영방송 KBS, 이대로면 무너질지 모른다, 왜?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3.06.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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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실적에 수신료 분리징수 상황까지 겹쳐
- 밖에 알리지 않은 내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 균형과 공정성, 도덕성 잃어 국민이 외면한 것 아닌지 반성 필요

 공영방송 KBS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KBS 문제’라고 하면 국민은 쉽게 와닿지 않겠지만 KBS 내부에는 경영, 조직, 절차, 공정성 부문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밖에서는 취재하기 어려운 내부 문제의 파악을 위해 KBS 인사를 만나 문제점을 하나씩 들어봤다. 공영 방송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하나같이 근본적인 문제들을 나열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방송 KBS 본관(사진:KBS 홈페이지)

처참한 2022년 경영실적, 책임은 누가?

 가장 먼저 경영적인 문제를 꼽았다. 현재 KBS는 김의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 2021년 12월에 취임했으니 약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런데 2022년 경영실적 성적표가 처참하다. 사업손실이 90억 원, 당기순손실이 118억 원 발생했는데, 4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한 것다. 전년인 2021년에 당기순이익이 393억 원이었으니 무려 511억 원이나 당기순이익이 떨어졌다. 사실 2021년도 실적도 사업손실이 71억 원이었던 것을 사업외 수입 502억 원에서 메꾼 것이라 방송국 운영 실적이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작년에 MBC와 SBS가 각각 약 500억 원, 1,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본다면 한심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광고 수입 하락이다. KBS의 지상파 광고 점유율은 5년 연속 하락해 창사 이래 최저인 21.9%를 기록했다고 한다. 광고 수입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KBS 관계자는 콘텐츠 경쟁력의 하락을 꼽았다. 비단 예능이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2022년 월드컵 중계에서도 참혹한 시청률을 기록,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절반 수준의 광고 수입만을 올렸다. 몇몇 부문의 약점이 도드라진 것이 아니라 전부문에 걸쳐 총체적 난국임을 보여준 것이다.

 KBS 관계자는 무너진 공영방송의 위상, 처참한 경영 실적에 대해서 경영진이 과감하게 책임을 져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했다가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실적을 보이거나 더 악화한 결과를 맞이한다면 KBS는 회생하기 힘든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전처럼 방송을 독과점하던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기 못하면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사진의 편가르기로 정상 경영 어려워

 두 번째로 조직 자체의 문제점을 꼽았다. 내부 조직의 문제는 외부인이 알아차리기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인인 관계자만이 진단하고 분석할 수 있다. KBS 관계자는 현재의 경영진, 즉 이사진이 정파와 이념에 빠져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KBS에는 총 11명의 이사가 있다. 법이나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관례 상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4명이 이사회를 구성한다. 현재 KBS 이사진은 이전 정권에서 선임했기 때문에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7명이 야당 측, 4명이 여당 측 인사다. 현재 7명의 야당 측 이사 중 1명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해당 이사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으로 점수 조작에 관여해 현재 구속 수감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3개월 넘게 수감된 상태다. 

 경영에 책임을 지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이사가 구속으로 인해 업무를 볼 수 없으면 자진해서 사퇴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군다나 개인이나 가족이 경영하는 민영회사도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영 기관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자진 사퇴와 같은 책임지는 행동은 없었다.

KBS 뉴스 스튜디오(사진:KBS 홈페이지)

 가뜩이나 KBS의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직무가 불가능한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 이사를 선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이 의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로 이사를 선임하게 되면 이제는 여당 추천 인사가 들어와야 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다수 이사의 결정이라는 후문이 있다. 경영 정상화, KBS의 업무 효율화는 고려하지 않은 정략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같은 선상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났다. 구속 수감으로 인해 업무를 볼 수 없는 이사의 근무 수당이 계속 지급된 사실이다. 문제를 발견한 KBS 내부 인사는 근무수당 지급중지를 건의했다. 그러나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구속 수감으로 인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근무수당 지급을 중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계속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1천 가구 이상에서 수신료를 걷어야 겨우 만들어질 금액을 직무도 수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꼬박꼬박 지급하는 것이 규정이라고 주장하는 공영기관의 임원을 보면서 분통이 터졌다고 한다.

한국 방송 KBS 본관(사진:KBS 홈페이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의사결정, 감사원 지적도

 절차적인 부분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KBS 미래방송센터 건립 프로젝트를 폐기하면서 설계비 56억 원을 고스란히 날린 사건이다. KBS 미래방송센터 건립사업은 전전 사장인 고대영 사장의 계획이었는데 시설을 현대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사옥을 짓는 사업이었다. 28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이었던 이 프로젝트를 2016년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정했다. 그런데 전임 사장인 양승동 사장이 미래방송센터 건립 계획을 2021년에 돌연 폐기했다. 이에 따라 설계용역비로 책정한 77억 원 중 기지급한 약 56억 원이 공중에 날아가 버렸다.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바뀔 수도, 폐기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했다고 관계자는 지적한다. 사업의 확정을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했다면 당연히  사업의 폐기 결정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이 결국 감사원의 감사에 의해 발견,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 KBS가 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날리면서 제대로 된 절차조차 지키지 못한 행태가 한심하고, 이를 감사원에서 지적받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사회가 무능하다고 내부 인사는 전했다.

KBS 제작실(사진:KBS 홈페이지)

 최근 KBS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전기요금 고지서의 한 구석에 올라와 있는 TV수신료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돈을 내지 않아도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은 잘 볼 수 있는데 왜 KBS에만 강제적으로 수신료를 내야하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TV수신료는 말 그대로 전파의 수신료지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용만이 아니다. 프로그램 제작비용도 물론 포함하지만 우리나라 전국을 덮는 라디오, TV 전파의 모든 관리 비용까지 아우른다. 기지국의 건설, 운영, 관리 비용도 들어있으며 이런 기지국은 설령 대중을 위한 라디오, TV 방송을 중단하더라도 군사적, 대난 대비, 통신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계속 운영, 관리해야 한다. TV 수신료는 이런 부분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런 부분이 대중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성난 국민에게 이런 역할론은 크게 핑계로 들릴 뿐이다.

KBS 뉴스 한 장면(사진:KBS 홈페이지)

 개혁하지 않으면 KBS는 없다

 지금까지 지적한 많은 KBS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KBS 관계자는 일단 KBS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이 모두 물갈이돼야 한다고 말한다.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으며 국민으로부터 받은 수신료 수십 억 원을 날린 책임도, 수신료와 관련해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적인 불신을 받은 점도, 국내 방송사 최대의 예산을 쓰면서도 공영 기관을 적자로 만든 책임도, 직무 수행도 하지 못하는 인원을 해임도 하지 못하고 꼬박꼬박 수당을 지급하는 책임도 모두 사장과 이사회가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능한 현재의 경영진이 사퇴하고 난국을 타개할 새로운 인물이 KBS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현재 처한 KBS의 문제 몇 가지를 내부 관계자를 통해 들어봤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공영방송 KBS에서 가장 큰 우려로 나타난 것은 공정성의 훼손이다. 군형을 잃은 편파적인 뉴스 보도로 인해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에서는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반강제적인 수신료를 계속 부담해주십사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의 사장과 이사진은 이런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올바른 답이 나올리 만무하다.

 공영방송 KBS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공영방송은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니라 들어야 할 얘기를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공영방송마저 균형을 잃으면 국민은 최후의 보루를 잃는 것과 같다. 우리가 공영방송 KBS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수신료를 내는 만큼 제대로 운영도록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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