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선언문 비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선언문 비판
  • 김식
    김식
  • 승인 2023.05.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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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선동의 도구가 아니다-

1. 19881223일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창립선언문이 선포되었다. 가히 선언문 너머 강령으로 보아도 손색없다. 예술의 과제라는 게 있어서도 안 될뿐더러 민족현실의 극복에 그 우선성이 담보되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더구나 우리 민족은 민족해방투쟁이라는 근대사적 과업의 수행을 목표로 살아오지 않았다(물론 일부에 해당되겠다). 따라서 이러함이 일차적 임무도 아니며 더구나 창작물들은 제국주의와 그 추종세력과 결탁한 독점자본을 위하여 사용되거나 점유당하지 않았다. 민예총의 과언이다.

2. 민족사의 흐름을 분단 고착화 내지 예속화 정책을 추진하던 외세와 반민족적 세력에 대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민중의 항쟁으로 규정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렇다면 박수근/이중섭 화백의 노고 역시 민중 항쟁의 단초가 되어야 옳다. 그러한가. 지난한 삶에서 유일하게 위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작품활동을 폄하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술은 치적의 대상이 아니다. 과연 박수근/이중섭의 행위가 자주성 회복과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해야만 하는 중대한 전환기에 걸림돌의 단초가 된다는 뜻인가. 터무니없다.

3. 민중의 염원과 세계관에 뿌리내린 예술이 이 시대의 진정한 민족예술임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 민족적인 예술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아울러 민족예술의 정의를 누가 내린다는 말인가.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우리 민중의 투쟁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길이 예술품의 생산이며 예술운동의 실천이라면 그 예술활동의 주체는 민예총에서 선정한 사람들에 국한되는가. 또한 자주와 평화를 추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세계의 민족해방운동과 더불어 세계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면 민예총에서는 그러한 나라들에 어느 정도의 우리 예술품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시하였는가. 아울러 일제하의 민족해방운동으로서의 예술운동과 분단시대 전 기간을 통하여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민족문화운동의 유산들을 비판 수렴하였다면 그 증거를 어떻게 내보일 수 있는가. 세계인들에게 추앙받는 화가 세잔과 고흐가 당대 일본풍의 색채들을 감탄하며 자신들의 작품에 반영시킨 것에 대해 어떠한 비판을 가할 수 있는가.

4. 민중과 확고히 결합된 투쟁의 현장에서 문학/미술/음악/영화//건축/사진 등이 대중성과 운동성을 자각하는 데 요구되는 산물이어서는 곤란하다. 예술로 대변되는 모든 활동들이 민중의 정서, 민중의 미의식, 민족민주운동, 통일조국건설운동의 대의를 체현하며 보다 높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참 민중적 민족문화예술의 기틀을 건설해내어서도 안 된다. 민예총이 어떤 권력기관으로서의 구실을 맡은 것처럼 위장하여 대한민국 예술운동에 대한 조직적인 자각과 실천의지를 대동 통일하고 민중의 엄숙한 소명을 위임받아서도 곤란하다.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예술이 선동의 도구가 되면 이미 예술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에 다름 아니다.

5. 속초시 승격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2023610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2023 실향민문화축제인 이북사투리 경연대회가 개최된다. 그 주관을 속초민예총에서 담당한다. 만일 이 행사의 목표를 민예총 강령에 두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물론 참가자들의 사고가 필자의 비판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속초는 이제 실향민의 고장에서 벗어났다. 실향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으며 그 후세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향민문화축제는 이제 사라져도 괜찮을 듯하다. 넓게 보아, 차라리 선대인들predecessors에 대한 동시대인들contemporaries의 추모가 이뤄지는 게 합당할 것이다. 차에 민예총의 강령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 예술인과 해외동포 예술인 여러분!

이 땅을 뒤덮은 예속과 독재의 어둠을 걷어낼 자주 민주 통일의 횃불을 밝혀 들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더불어 단결하여 전진하자!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민주를 외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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