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에 진심인 사람들의 클럽, 양양의 블루코스트
서핑에 진심인 사람들의 클럽, 양양의 블루코스트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3.05.11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09년 강원도 최초로 정식 샵을 오픈
- 해안가 낡은 횟집에서 시작, 게스트하우스를 갖춘 4층 건물로

 본 기자는 원래 ‘원조’라는 수식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원조’는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이다. 처음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이 반드시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도 동네에서 가장 맛있고 싼 집의 짜장면을 사먹지, 가장 먼저 시작한 중국집을 찾아 짜장면을 사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가끔은 ‘원조’를 찾아볼 필요가 있기도 하다. 원조가 아직도 당당하게 건재하고 새로운 도전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있다면 반드시 그 배경에는 그간 쌓인 노하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스투데이 & 양양투데이가 국내 3대 서핑 성지 중 하나인 양양에서 서핑에 대해 특별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서핑 스페셜’로 이름 붙인 이 코너에서는 2022년 6월 30일 현재 관할 해양경찰서에 신고한 102개의 서핑샵을 일일이 취재하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획을 마무리할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일단 달려가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양양 서핑의 원조라 불리는 ‘블루코스트’다.

양양군 현남면 두리에 위치한 블루코스트.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블루코스트. 이곳의 대표는 알렉스 정(정형섭, 이하 알렉스)이다. 2009년에 죽도 해변과 이어져 있는 동산포 해변에 정식 샵으로는 양양에서 최초로 블루코스트를 열었다. 당시 서핑 보드의 숫자도 약 20여 개 정도였다고.

 알렉스는 먼저 스노우보드로 보드계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결성한 프로 스노우보드팀 ‘쉘플라이즈’에 선수로 활약했고 국제심판 자격증까지 보유하면서 국내에서 각종 대회를 지휘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태어난 것은 보더로서의 ‘자유정신’이었던 것일까? 자격이나 자질, 경력으로는 국내 스노우보드 협회나 관련 기관에서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핑으로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과거의 (2015년) 블루코스트 샵(사진:카카오맵 캡쳐)

 알렉스와 블코(서퍼들이 블루코스트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를 이해하려면 그의 배경이 된 음악 활동도 알아야 한다. 블루코스트 1층 펍에는 밴드 활동 당시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알렉스는 어릴 때 헤비메탈 빠져 ‘나티(Naty)'라는 밴드를 만들기도 했고 이어 ’몽키헤드(Monkey Head)‘도 결성했다. 음악이 좋아 헤비메탈에 빠져 살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역시 큰 문제로 다가왔다. 이때 스노우보드를 만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서핑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음악이 살아 있다. 락커로서의 본능은 깊은 숨을 뿜어내고 있고 지금도 기회가 되면 기타를 잡고 공연을 한다.

블루코스트의 알렉스 정 대표. 뒷 배경이 밴드 활동과 서핑.

 다시 서핑으로 돌아가자. 양양, 아니 강원도 최초 서핑샵이었던 블루코스트는 원래 해안가에 가까 있었다. 현재 지하 4층 지상 20층의 생활형숙박시설 E7양양죽도(오션스테이양양)가 있는 자리다. 2차선 차도와 주차장만 건너면 바로 동산포 해변이 나오는 최고의 자리였다. 지금은 조금 더 내륙 쪽으로 자리를 옮겨 4층짜리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1층은 펍으로, 2층과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펍(pub) 겸 영상교육실로 사용하는 블루코스트 1층. 게임룸으로 변신하는 것은 안비밀.

 알렉스도 서핑을 가르치지만 수석 강사인 ‘스탄’이 우선적으로 서핑 강습을 맡는다. 알렉스와 스탄 모두 서핑 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보면 된다. 서핑 경력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 전지훈련(?)도 수십 차례 한 막강 실력자들이다. 다만, 강한 인상을 주는 외모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순수한 동네 아저씨들임이 금방 표가 난다. 이렇게 순수한 아저씨들이 장사를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수석 인스터럭터 '스탄'(사진:블루코스트 인스타그램)

 이제 기술하는 바는 블루코스트의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블루코스트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강습을 하지 않는다. 4명 이하로 유지하려고 하고 최대한이 5명이다. 육상 기초 강습을 마치고 바다로 나갔을 때 그 이상의 사람들은 돌봐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이 비슷하지만 초기에 재미를 찾지 못하면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사가 시야에 두고 지도하려면 그 정도 숫자가 적정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강습 단체는 받지 않는다.

서핑 강습 중인 알렉스 정 대표.(사진:블루코스트 인스타그램)

 서핑을 시도한 모든 사람들이 서핑에 매니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동 스타일에 맞지 않아서, 여건이 맞지 않아서, 가족 반대가 심해서,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아서 등과 같은 이유로 체험 수준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서핑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진심을 가지게 됐으며 중수에서 고수로 레벨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블루코스트에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블루코스트의 보드 창고. 성수기가 되면 창고가 텅 빌 예정.

 여름철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양양의 그 많은 서핑샵의 대부분이 성수기를 지나면 문을 닫는다.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시기에 문을 닫고 수익이 나는 업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몇몇 샵들은 출장이나 전지훈련을 갈 때 빼고 사시사철 문을 열어 놓는다. 파도만을 보고 양양을 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핑에 진심인 사람들, 그들이 찾는 곳이 블루코스트다. 

블루코스트 게스트하우스 내부(사진:블루코스트 인스타그램)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