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택 칼럼] [12] 허리가 아프면 다 디스크?(2)
[노만택 칼럼] [12] 허리가 아프면 다 디스크?(2)
  • 노만택
    노만택
  • 승인 2023.03.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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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택루쎄의원 원장 노만택 박사

 골프 약속이 화근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골프채를 잡지 않다가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아이언은 그런대로 맞출 수 있었지만 드라이버는 아예 공을 맞추지도 못했다. 초조한 마음에 쉬지 않고 세 박스의 공을 쳤다. 운동을 끝마칠 즈음에 손에 물집이 생기고 팔꿈치가 시큰거렸다. 다음날 아침 허리가 약간 뻐근했지만 운동이 부족한 것이라는 생각에 테니스 코트를 찾아 테니스도 두 게임을 쳤다. 역시 테니스도 한 달만이라 잘 맞지 않았다. 오후에는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가 허리가 아프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환자들은 의사는 아프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덕분에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나의 처방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요통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질환
 요통은 근골격계 증상 중 가장 흔한 증상이며 가장 경제적 손실을 많이 끼치는 증상으로 알려졌다. 가장 왕성한 활동기에 있는 연령층에서 약 50%가 최근 일 년에 하루 정도는 요통으로 인하여 일에 지장을 받는다고 한다. 50세가 되면 약 80%의 성인들이 요통을 심각하게 겪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허리가 아플 경우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은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수많은 사람들이 요통 때문에 고통을 받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생각되는데도 국가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 허리가 아픈 사람들도 합리적인 치료 방법이나 재활을 강조하는 의사를 믿지 못하고, 신비주의에 사로잡혀 특효약이나 무허가 시술에 몸을 쉽게 내맡긴다.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사태들이다. 선진국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국가의 능력과 적극적인 의지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는 국민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요통에 무슨 국가의 의지와 국민의 자세를 들먹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음 이야기를 보라. 미국 보건 당국은 요통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요통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를 동원하여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요통에 관한 치료법과 논문을 검토하는 방대한 작업을 벌였다. 23명의 전문가와 7명의 국제 고문은 3년에 걸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의외로 단순 명쾌했다. 과거에는 요통의 증상을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치료를 했으나 앞으로는 안정을 제한하고 빨리 편하게 원래의 상태로 복귀시키는 방향으로 치료할 것을 권하고 있다. 침상 안정을 취하면 근육이 위축되고 재활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기적적인 치료법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했겠지만 합리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오히려 반가운 연구 결과일 것이다.

침상 안정이 왜 나쁜가?
 운동 선수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세계 챔피언이라도 한 달 정도를 쉰 다음에 경기를 갖는다면 하위 랭킹 선수에게 지기도 한다. 권투 선수 가 2~3주 정도 쉰 다음 15라운드를 뛸 수 있을까? 허리가 아플 때도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요통이 있다고 쉬게 하면 원상회복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사람의 허리는 5개의 척추뼈가 3개의 관절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앞부분은 디스크에 의해 관절을 이루고 뒤쪽은 패시트 조인트(Facet Joint) 라는 두 개의 작은 관절이 있어 이 관절에 의해 통로가 만들어지고 이 사이로 척추신경이 뻗어 나오게 되어 있다. 근육은 이러한 구조물을 지탱하고 보호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리에서도 끝부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화 현상이 뚜렷해지는데, 근육을 강화시켜 주지 않으면 근육은 본래의 허리를 지탱하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허리는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근육이 약하면 사소한 원인에 의해서도 요통이 발생하게 된다.

운동만이 정답이다
 허리 근육의 힘은 개인의 스태미나와 허리 근육 자체의 지구력에 의 해 결정된다. 개인의 체력을 넘어서는 운동이나 작업을 한다면 근육은 쉽게 피로에 빠지게 된다. 축구 선수들이 연장전에 들어가면 종아리에 쥐가 나서 넘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허리 근육을 강화시켰더라도 전체적인 스태미나가 떨어지면 요통을 느낄 수가 있다. 운동 선수들은 무리한 훈련 때문에 근육에 이상이 생겨 요통이 오기가 쉽다. 개인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훈련이나 운동 방법은 부담으로 작용하여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꽉 차고 무리한 스케줄을 고집하지 말고 여가 활동이나 수영 등으로 긴장을 풀어 주는 것도 좋다.

 미식 축구 선수들의 2/3 정도가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이들이 무릎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미식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까닭은 무릎 주위의 근육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튼튼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튼튼하면 무릎으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하고 근육이 무릎 내부 구조를 굳건히 보호하기 때문에 무릎 내부에 사소한 이상이 있더라도 별 다른 통증이 없이 운동을 할 수가 있다. 허리도 마찬가지이다. 허리의 근육이 강하면 허리 내부에 사소한 이상이 있더라도 요통 없이 운동이나 작업을 할 수가 있다.

 침상 안정을 오랫동안 하면 근육은 쉽게 위축이 오고 원상 회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게 된다. 요통이 있더라도 가벼운 운동을 지속하여 근육의 위축을 막고 더 나아가 근육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이나 허리를 비트는 것과 같은 무리한 일은 피해야 한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도 허리를 아프게 한다.

진보적인 의사를 찾아라
 허리가 아프다면 의사를 찾아야 하지만 허리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는 10% 이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병원을 찾았을 때 갖은 검사 후 약을 권하면서 절대 안정을 권하는 의사를 만났다면 다른 의사를 찾아 다른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진보적인 의사라면 대개 안전한 운동을 권할 것이다. 수영, 달리기, 자전거 타기, 조깅 등은 안전한 운동이다. 이중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운동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서서히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 이 기간 중 약간의 통증을 느낄 수 있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복이 더디다. 나이가 든 사람은 회복 기간을 오래 잡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허리가 아픈데요
 운동을 하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를 하였어도 4주 이상 요통이 지속된다면 다시 한 번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의사는 필요에 따라서 정밀 영상 촬영이나 근전도 검사 등을 하여 원인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라면 직업이나 운동이 너무 힘들지 않는지 생각해 보고 방향을 바꿀 필요도 있다. 정신적인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통증도 심해진다.

기적은 없다
 현대의 의학은 장기이식 등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고 질병의 치료법도 새롭게 변해 가지만 요통 치료에는 아직 노벨상감이 없다. 훌륭한 의사는 단지 설명해 주고 도와 줄 뿐이다. 요통의 치료는 거의 환자에게 달려 있다. 기적이나 특효약을 찾기보다는 의사의 합리적인 설명과 본인의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체력을 기르는 것,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편안한 마음가짐이 요통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의 기계는 낡아 간다. 자주 갈고 닦고 기름치는 방법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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