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택 칼럼] [11] 허리가 아프면 다 디스크?(1)
[노만택 칼럼] [11] 허리가 아프면 다 디스크?(1)
  • 노만택
    노만택
  • 승인 2023.03.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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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택루쎄의원 원장 노만택 박사

 25세의 탁구 선수인 김 양은 2년 전부터 오른쪽 엉덩이에서 당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6개월 전 지방 경기 참가 후 오랜 시간 차를 타고 난 뒤 증상이 심해졌다. 통증은 엉덩이부터 시작되어 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운동 경기나 훈련을 마치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들었다. 어떤 날은 자다가 깨어나기도 했다. 통증은 그녀를 변하게 했다. 그녀는 우울해졌다. 경기는 물론 연습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었다. 방황이 시작됐다. 지압을 하는 사람을 찾았다. 좌골 신경통이라고 했다. 몇 번을 다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침도 맞고 약도 먹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병원을 찾았다. 디스크라고 했다. 그녀는 낙담 했다.

 모 일간 신문사의 체육기자로부터 김 양을 소개받았을 때 내심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그녀의 요추 CT(전산화 단층촬영) 진단 결과는 정상에 가까웠다. 문제는 엉덩이의 근육이었다. 엉덩이의 조롱박근이 비대 해져 그 아래를 지나는 좌골신경을 자극해서 생기는 증상이었다. 조롱 박근을 이완시키는 자세를 취하면 통증이 쉽게 완화되었다. 디스크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쾌활해졌고 집중적인 물리 치료와 근이완 훈련 후 훌륭하게 사회 생활에 복귀했다.

허리가 아프다고 다 디스크?

 요통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통계인데, 보통 사람의 80%가 나이 50세 무렵까지는 의미 있는 요통을 경험한다고 한다.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리면 흔히 디스크를 떠올리게 되지만 요통의 원인이 디스크에 의한 경우는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요통의 대부분은 특별한 이상이 없이 오는 경우가 많고 근육이나 근막 이상 또는 퇴행성으로 오는 수가 있다. 심한 허리의 통증이라면 디스크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의사나 환자 모두가 디스크라는 용어를 함부로 쓴 결과인 것 같다.

도넛처럼 생긴 물렁뼈

 우리 몸의 척추는 24개의 뼈마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스크는 척추의 각 마디 뼈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물이다. 디스크는 젤리 도넛처럼 생겼으며 젤리와 같은 핵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성 연골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크의 역할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척추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둘째, 충격 완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셋째, 척수관을 외부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한다.

빨리 늙어 서러운 디스크

 디스크는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빨리 늙는다. 디스크에는 혈액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빠른 사람은 2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이 되면 뚜렷한 노인성 변화가 나타난다. 노화 현상이 일어나면 섬유성 연골은 금이 가기 시작하고 젤리처럼 생긴 핵은 게살처럼 변하게 된다. 게살처럼 생긴 핵이 연골의 갈라진 틈을 타고 빠져나와 신경을 누르게 되면 디스크병(추간판 수핵탈출증)이 된다.

어떤 사람이 디스크병에 걸릴까?

 늙어 간다고 누구나 디스크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40대 중반이 되면 35~40%에서 디스크의 탈출 현상이 나타나지만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뚱뚱하거나 키가 큰 사람들이 디스크병을 많이 앓고,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보다는 사무직 종사자가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척추의 근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디스크병 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나이가 어리면 섬유성 연골에 틈이 생기지 않고 나이가 많으면 핵이 수분을 잃고 굳어져 흘러나올 수 없기 때문에 어린 사람이나 늙은 사람에게는 디스크병이 생기지 않는다. 주로 30~50세에 남녀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다.

디스크병으로 고생하는 기간

 일반적인 요통을 앓는 경우는 1주일이면 50%가, 1개월이면 90%가 회복된다. 디스크병의 경우에는 50%가 1개월, 90%가 3개월 이내 회복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하게도 요통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2~3년 이내에 반복적인 요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각광받는 MRI

 허리가 아프다고 다리가 저리다고 곧장 정밀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 30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의사가 특별히 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리 요법 등을 받으면서 기다리면 된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EMG(근전도 검사), CT, MRI(핵자기공명 촬영) 등의 검사를 해보면 어떤 신경이 어느 정도 눌려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MRI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누워 있으면 손해

 너무 누워 있으면 근육의 위축이 와서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치료의 첫째 목표는 통증을 경감시키면서 근육의 위축을 방지하는 데 둔다. 두 번째 목표는 근육의 기능을 강화시켜 척추 내부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초기에 통증이 심할 경우는 누워서 안정을 취하게 하면서 2~3시간 간격으로 20분 정도 걷거나 서 있게 한다.

 앉은 자세는 운동도 되지 않고 허리에 부담이 되므로 피한다. 어느 정도 증상이 좋아지면 빨리 걷기, 수영, 사이클링 등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한다.

수술, 어떤 경우에 해당되나?

 필자가 전공의 시절 스승으로부터 들었던 가르침이 떠오른다. 그분 은 유머가 많으신 분인데 디스크 수술은 환자로부터 술 한잔 얻어 마신 후 하라고 하셨다. 환자가 통증을 견디지 못해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마음이 정해지면 수술에 들어가라고 하셨다. 이 말은 꼭 수술이 필요한 환 자를 선택해서 서로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수술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모든 검사나 진단소견 상 확실한 디스크병의 조건이 있고 보존 요법으로 치료 속도가 더딜 때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치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불행한 10%

 요통이 발생하여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체의 10% 정도 된다고 한다. 만성 요통에 시달리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근육을 망가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프다고 쉬기만 하면 근육은 쉽게 위축된다. 위축된 근육은 척추를 보호하는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요통이 심해지고 결국 만성 요통으로 진행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허리가 아프면 의사와 상의하자. 얼마를 쉬어야 하는지, 통증을 조절하면서도 근육을 위축시키지 않는 운동은 어떤 종목이 있는지, 운동 선수라면 자기의 근육은 망가뜨리지 말아야 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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