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칼럼 2] 챗GPT 교육 활용에 따른 교육 현장의 변화 2
[김윤정 칼럼 2] 챗GPT 교육 활용에 따른 교육 현장의 변화 2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3.03.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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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교육과 교육격차가 줄어들 것, 인공지능 관련 과목 신설, 플립(거꾸로)러닝 확대 및 교과목 통합 예상

“챗GPT 써본 사람 손 한번 들어 보자.”

개학 첫 시간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위와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백 명이 넘는 중·고등학생 중 단 한 명만이 손을 들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과제를 베끼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부터 해방된 안도와, 전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챗GPT를 아직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 양가적인 감정이 들 때쯤 교육부는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선도학교를 지정하고 운영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했다. 교육부가 최근 급하게 챗GPT를 교육에 도입할 수 있도록 자료와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난 칼럼에서는 표절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 실행, 문과적 사고의 부활, 인공지능 교육 활용 방법론과 연수를 위한 전문 인력확충 등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챗GPT를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때 우리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첫째, 개인화되고 학생 중심적인 학습의 기회가 늘어날 것이고 그동안 사교육의 주요 원인이었던 선행교육과 교육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코로나 이후 학습격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0.8%로 떨어진 출산율로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147곳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시골의 경우 폐교돼 먼 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고 있다. 그리고 챗봇에게 물어보면 전 세계 석학들의 지식을 나의 수준으로 알 수 있는 챗GPT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이로써 시간과 공간의 차별을 받던 장애인, 교육의 사각지대로 몰렸던 학생들이 많은 교육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학교를 나오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둘째, 인공지능 활용법을 알려주는 과목이 신설될 것이다. 특히 2025년부터 전면 의무 시행 예정이었던 초·중학교의 코딩 교육은 인공지능 활용 과목 속에 편입될 것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다루려 했던 수준의 코딩은 간단한 챗GPT 명령어(프롬프트)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챗GPT의 출현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직업 중 하나는 기초코딩을 다루는 직업들이다. 오히려 챗GPT를 갖고 어떻게 간단한 코딩 부호를 짜고 활용할지에 대한 실전 활용과목들이 새로 생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칼럼에서 강조했던 많은 인원의 교육청 또는 정부 단위의 연구진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구진에는 인공지능기술을 위한 인력과 좋은 프롬프트를 생성해 원활한 챗봇과의 소통이 가능한 인력이 함께 충원돼야 한다. 더불어 신설되는 과목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와 깊이 사고하는 방법,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 등 인문학, 문학, 철학, 과학, 공학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 통합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셋째, 플립(거꾸로)러닝의 전면적인 확대와 교과목들의 통합이 일어날 것이다. 플립러닝은 과거 KBS에서 ‘거꾸로 교실’이라는 주제로 보여줬던 교사 중심의 전통 강의식 수업에서 학습자 개개인의 배움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말한다. 이희숙 외(2015)에 의하면 플립러닝은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가정에서 학습에 필요한 기본 개념과 지식을 사전에 학습하게 하고 교실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며 배울 수 있는 수업,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협력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집에서 챗GPT를 통해 학습 또는 조사를 해오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그것을 주제로 토론, 글쓰기, 그룹 활동 등을 하도록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표절과 학습격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교사는 전문가로서 학생들의 활동에 학습 촉매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활동들은 학생들 개별 흥미에 따라 자유롭고 폭넓은 주제로의 전환할 수 생긴다. 그렇다면 그동안 철저히 나뉘어 있던 과목 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학습자율권이 확대되는 고교학점제와 만나게 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고 적용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학생들이 그동안 선생님에게서 듣던 지식을 챗GPT를 통해 미리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그에 따라 교사들은 학생들 스스로 생성하고 학습한 지식을 잘 적용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된 지식을 학습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조언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학생 스스로 자기 지식의 범위와 폭을 설계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길잡이 역할을 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로로 학습을 발전시키는 일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위의 모든 학습의 변화를 학습자들이 수용하려면 학습자들 스스로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습 자발성이 떨어지는 학생이나, 환경적으로 인공지능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정부 차원에서 보조해 줘야 한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교사의 역할이 줄어들어 감원으로 이어질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의 범위와 챗GPT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엄연히 다르다. 학습자 중심의 오히려 개별화된 교육은 더 많은 교사의 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챗GPT를 교육에 도입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방은 분명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을 낳고 그 부작용들을 수습하려 많은 교육자금과 시간이 들어갈 것이다. 과거 필자는 ‘열린 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대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받은 교육과 확연히 다른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과거 좋은 뜻에서 시작한 교육정책들이 어느 순간 유명무실해지고 많은 예산을 낭비했던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2025년까지 다양한 의견수렴과 사례들을 연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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