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작가 칼럼] 계묘년(癸卯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전정희 작가 칼럼] 계묘년(癸卯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 승인 2023.01.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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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스크 벗고 모두의 가슴에 담은 소망 다 이루었으면

임인년(壬寅年) 한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길 그토록 소망했건만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는 발목을 움켜잡은 채 놓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악할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강원도 삼척 산불, 회삿돈 2,215억 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횡령,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조직적인 전세 사기,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화물연대 파업,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은 청년, 이태원 참사, 제2경인고속도로 고가에 있는 방음터널 화재 등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인명 사건도 연이어 일어났다.

보기에도 끔찍한 사고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기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겪지 않을 인재(人災)에 가까운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나이 어린 희생자들이 많았던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와 오버랩되어 사람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아프게 했다. 부디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에는 이런 인재(人災)가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바라고 또 바란다.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예로부터 토끼는 영특하고 재빨라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는데 2023년은 번영을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은 토끼’는 다음과 같은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천간 10개는 ‘십간’이라고도 하며, 갑계묘년(癸卯年)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로 이루어져 있다. 십간은 음양오행에 따라 색이 나누어지는데 음양은 달(음)과 태양(양)을 의미하며,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 즉 나무, 불, 흙, 쇠, 물을 의미한다. 이 음양과 오행을 합치면 총 5개의 오방색이 나오는데,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이다.

그리고 지지 12개는 ‘십이지’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子(자) [쥐], 丑(축) [소], 寅(인) [호랑이], 卯(묘) [토끼], 辰(진) [용], 巳(사) [뱀], 午(오) [말], 未(미) [양], 辛(신) [원숭이], 酉(유) [닭], 戌(술) [개], 亥(해) [돼지]이다. 

이 조합에 따라 계묘년(癸卯年)의 ‘계’는 십간의 ‘계’로 ‘검은색’을, ‘묘’는 십이지의 토끼를 의미하므로 ‘검은 토끼의 해’가 되는 것이다. 
동양에서 검은색은 지혜를, 토끼는 다산·안정·평화를 뜻한다고 한다. 원래 꾀가 많은 토끼는 동화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로 호랑이를 꾀어 꼬리를 물속에 넣어 얼리게도 만들고, 거북이를 따라 용궁에 잡혀가도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며, 달에서 떡방아를 찧기도 한다. 또 성격이 온순하고 귀여운 외모 덕에 반려동물로도 사랑받고 여러 캐릭터로 만들어져 영화와 각종 문구류에도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 말을 즐겨 쓴다. 원래 이 말의 어원은 성경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포도즙을 양가죽 부대에 담아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 그런데 부대에 담긴 포도주는 발효과정에서 독한 가스가 생겨 부피가 늘어나 신축성이 뛰어난 새 양가죽 부대를 사용해야 했다. 이미 발효에 사용되었던 헌 가죽 부대는 늘어지고 뻣뻣하게 굳어서 재사용하게 되면 늘어나는 술의 부피를 견디지 못하고 찢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담은 포도주를 못 쓰게 만들지 않기 위해 새 가죽 부대를 사용하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때로는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기도 하지만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언제나 희망적이다. 그런 면에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제 우리에게 365일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했을 때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게 될 테지만 적어도 시작 선상은 동일하다. 새해가 되었으니 우리 모두 새로운 부대를 마련하여 토끼처럼 두 다리를 쭉 펴고 힘차게 달렸으면 한다.  

밤이 어두우면 별이 더 총총히 잘 보이고 겨울이 아무리 맹위를 떨쳐도 새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바라기는 2023년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우리 모두 가슴에 소망하고 있는 일들을 다 이루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살아서 정말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노라고 서로를 칭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이 편안하고 나라가 편안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소설가 전정희 / 저서 '묵호댁', '하얀 민들레', '두메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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