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김영돈 작가 "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
[FN인터뷰] 김영돈 작가 "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22.08.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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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돈 작가
김영돈 작가

[신성대 기자] 30년 옹알이를 하다가 2016년 처음 책을 출간 이후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는 김영돈 작가는 <팽이 온도>라는 온기를 한 옴큼 거머지고 돌아왔다. '팽이온도'는 책 쓰기, 마음 치유, 의사소통을 돕는 카드 등 “변화”를 통하여 “참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상생을 꿈꾸는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나에게 글쓰기는 ‘기도’이다. 이제는 철 따라 내가 살아야 할 자세를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참새나 고양이, 개구리, 쥐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망캄빵집 탁자 아래서 온종일 서성거리는 재 비둘기의 부리를 들여다본다."는 작가의 시선을 소개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그러나 그 상처를 ‘견뎌내는 힘’이 있다면 그 상처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김작가를 만나본다.

 

Q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가, 상담학 박사, 국제공인 동기 면담 훈련가, 안나의 집 운영위원. 저자는 평생 작가인 체(?)하고 살아왔다.하하 서해안 삼산도에 꽃게잡이 배를 탔을 때도, 엄마가 죽었을 때도, 이종사촌 모임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회사에서 일 할 때도 ‘팽이의 영혼’을 장착하고 다닌다. 세상의 고뇌와 기쁨, 슬픔, 낭만을 염탐하여 그 핵심 동력을 영상보다 선명하게 글로 써내는 것을 가장 ‘위대한 일’로 여기며 몸으로 살아간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팽이의 영혼’을 뒤집어쓰고 되돌아가 구경꾼의 눈으로 보면 보인다고 한다. 자신이 자유라는 사실이. 오두막을 떠나 산책하듯(소요, 逍遙) 세상을 선회하다가 감응을 만나면 목숨을 내걸고 ‘몰입과 집중’하여 쓰며 ‘살아내는 하루’그 하루하루가 인생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Q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30년 옹알이를 하다가 2016년 처음 책을 출간했다. “말주변이 없어도 대화 잘하는 법”을 통해 통하는 대화 방법을 소개했다. 그 후 책 쓰기, 마음 치유, 의사소통을 돕는 카드 등 “변화”를 통하여 “참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상생을 꿈꾸었다. 그 동력이 된 것이 ‘팽이의 온도’였다. 신도시를 떠나 산을 마주한 곳으로 이사를 했던 2016년 겨울, 팽이의 온도 1℃를 썼다. 깎아지른 산 아래 노루 한 마리가 중장비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노루를 보며 날은 저물고 한파가 밀려오는데 아래쪽 도심의 불빛이 눈부셨다. 노루가 어디로 가는지 한참을 지켜보았다. 밥은 먹었는지,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노루를 한참 바라보다 보니 저녁에 먹은 청국장이 울컥 목에 걸렸다. 그런 느낌으로 팽이의 온도가 시작되었다. 그 온도로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죽어라 살아냈다.

그렇게 살아오던 중 2019년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이라는 커다란 문구를 두고 떠났다. 그 후 바이러스 정국, 불통과 불공정 속에 한껏 고조된 양극화 현상은 극단을 치닫고 있었다. ‘말주변이 없어도 대화 잘하는 법’은 11쇄를 찍었다. 그 후 5년, 강남 한복판에서 ‘청년 고독사’보다 한층 강화된 불통의 시대가 도래했다.

문제의 중심에는 ‘사라진 삶의 동력’인 ‘감응과 설렘’, ‘공감과 이해’의 부재가 있었다. 이때 돌파구를 찾다가 ‘나를 더 깊이 성찰하는 것’,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해내는 것’, ‘설렘이 멈추지 않는 것’이 팽이의 온도로 찾아낸 출구였다. 상대와 소통할 때 ‘반영적 경청’을 통하여 집중해 주고, 돌아서서는 그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 그 방법의 하나로 택한 것이 내가 사계절을 살아오면서 느낀 감응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Q 팽이 온도는 어떤 뜻인가?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그러나 그 상처를 ‘견뎌내는 힘’이 있다면 그 상처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 팽이의 온도는 사춘기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내 영혼의 온도’다. 닥나무 팽이채로 맞으며 돌아가던 팽이가 어느 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워낙 맞아서 자신이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돌아가는 날이었을 것이다. ‘꼭 맞아야 돌아가나? 나 스스로 돌면 안 돼?’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지한 듯 보이던 팽이는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아플 때는 내가 보이지 않는군. 하지만 그게 나인걸”하고 돌아서면 방긋 웃어주는 당신이 있었다. 팽이의 온도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온도가 상승할수록 팽이는 높이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겨울, 파종기, 봄, 여름, 가을을 살아가며 팽이의 온도는 상승한다. 그 깊이를 더 할수록 “참 자기”에 가까워지고 세상에도 유익할 것이란 생각이다.

Q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5년 단위의 계획은 매우 실현 가능성이 높고 성취도 확인하기도 가능하다, 함께 힘내자’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5년의 사계가 우리 앞에 오롯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초점을 잘 못 맞추고 하물며 불의와 불공정, 눈속임 등으로 권력을 휘두른 위정자들은 틀림없이 대가를 지불받는다.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다. 하나님의 섭리에 가장 근접한 사람들이 ‘장인’들이다.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며 사람을 설레게 하는 사람들. 맛집 같은 사람들. 만나면 즐겁고, 나누면 유익하며, 거침없이 나누고, 언제나 부담 없으며 헤어지면 다시 그리워지는 사람들. 적어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박수와 추앙을 보내고 싶었다.

Q 누구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가?

연가리 조남식 씨, 보름달 여명, 밤톨이 중천, 소피 김민자, 강모 씨 친구들, 수영 연수반 5번 레인 팀, 성장의 방 여섯 명의 팀, 동기 면담 훈련가들, 루리엄마 송희진과 그녀의 가족, 어성호대표, 이종사촌들과 직장동료들, 독수리 5형제들과 눈썰미 좋은 그녀와 자녀들, 영원한 삼테기회장 김영실님과 그 맴버들, 그리고 제안이나 부탁, 넋두리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눈을 맞추어 주는 친구들, 변변치 않은 책이지만 늘 기꺼이 구입해 읽어주는 ‘성자’와도 같은 ‘찐독자님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Q 작가님을 온전히 믿어주고 기도해주는 단 한 명의 응원군이 있다면?

‘어머니’,‘팽이의 온도’ 그건 ‘진짜 나’를 향하여 끊임없이 바늘을 움직이게 한다. 어디에 있느냐면 협곡 너머 오두막, 벼랑 끝 둥지, 혹은 꿈 너머 도달한 의식의 ‘정점’, 잠의 평온한 가운데, 설렘이 멈추지 않는 가을 언저리, 겨울의 눈발, 파종기의 씨 톨, 봄의 꽃, 여름의 태양 한가운데. 이들이 결집하여 끊임없이 삶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바늘. 이 모든 것을 있게 한 어머니다.

Q 문장에 나오는 '가을의 설렘'은 어떤 것인가?

가을, 에는 모든 게 예술이고 풍경이다. 예술은 사람의 영혼과 감정을 흔들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을을 위해 겨울부터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을은 또한 풍요의 계절이다. 풍요로움은 나눔과 비움으로 빛을 발한다. 텅 빈 충만으로 비로소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이 바로 가을의 설렘이다. 설렘이 멈추지 않는 ‘나’는 가을이다. 내가 미처 사랑하지 못한 ‘나’를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계절, 내게 ‘가을의 설렘’은 그런 것이다.

Q 팽이의 온도 1°C 차이의 비밀은 무엇인가?

2022년 8월 16일 현재 팽이의 온도는 192℃이다. 삶의 순간마다 고였던 감응이 터져 꽃이 피는 지점이다. 늘 채찍을 맞아야 돌아갈 수 있었던 팽이가 스스로 돌 수 있게 될 때, 팽이의 온도는 상승한다. 그때는 순식간에 쏟아내듯 써진다. ‘슬픔, 기쁨, 고뇌, 죽음 그리고 삶’이 그 순간에 한꺼번에 밀려온다. 영혼의 문이 순간적으로 열리는 지점인데 그건, 선사가 있으신 저 아득한 오두막이나 협곡 너머 혹은 그 어딘가에서 쏟아질 듯 몰려온다. 나는, 그 순간을 잡아채서 ‘지금 나’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팽이의 온도가 내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날 ‘영혼을 흔드는 장편’이 완성되리라 생각한다. 내게 그 시작점은 2016년 첫 저서 “말주변이 없어도 대화 잘하는 법”을 집필하고 난 후부터였다. 강남 한복판에 상경한 청년이 고독사했다. 그의 쓸쓸한 죽음이 사회면을 장식하던 날, 이 나라의 정치는 뿌리째 흔들렸다. ‘국정 농단’이란 정치적 욕망 아래서 ‘욕망의 쓸쓸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어떻게?’ 수없이 많은 ‘어떻게?’ 하는 질문 끝에 설렘이 있었다. 그때마다 “팽이의 온도”는 1℃씩 상승해 왔다.

Q 팽이의 사계절과 인생이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이 연관된 이런 시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13살 어버이날, 어머니에게 선물할 브로치와 카네이션을 준비해서 달려왔을 때 ‘거절당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어떤 선의로 계획한 일도 의지와 상관없이 흐를 수 있다는 사실. 그날 어머니에게 선물을 전달하지 못했고(본문 ‘사춘기’ 참조) 어머니를 볼 수 없었으며 30년이 넘는 계절을 욱신거리며 보냈다. 남자답지 못한 처신이었지만 ‘그리움’, ‘살고 싶은 욕망’, ‘칭찬받고 싶은 욕구’ 같은 것은 해소되는 감정들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10여 년 실명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는 팽이를 깎아 주었고 겨우내 팽이를 후려치며 견뎌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예고 없이 죽어가고,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5월의 봄이 싫어 외면하다 보면 금세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고, 낙엽이 물들고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철 따라 찾아오는 그리움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삼중당 문고’ 같은 책이나 일기장에 ‘나도 멋지다’라는 자기합리화를 써 내려가다 보니 점점 계절마다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한편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동기 면담 훈련가’, ‘상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좌충우돌하던 삶의 궤적들에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다.

방황하다 보면 나를 돌아보고 만나게 되고 불안한 나를 성찰하게 된다. 깊은 성찰은 지혜를 낳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비워 삶 속에 ‘의미’를 채우고 자신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 패턴이다. 3명 이상의 인간을 만나보면, 그가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 두 가지 패턴이 발견된다. 계속 자신을 비워가며 가벼워지는 인간과 자신을 채워가며 가라앉는 인간. 이 두 가지 갈림길의 시작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눈빛과 말투를 보면 알 수 있다. 따듯한 눈빛과 깊은 관심을 표현한 반영적 경청의 말투와 희번덕이는 눈빛과 상대와 상관없이 탱크로 밀어대는 말투다.

나는 사계절을 방황 돌아보고 만나기, 성찰, 지혜, 비움의 흐름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수많은 ‘삶’과 만난다. 그 속에서 죽음과 탄생을 주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었다. 그걸 팽이의 온도를 통해서 발견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작가로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저자의 책은 ‘저자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로 시작된다. 혹여 저자의 위로가 자신에게 위로가 되거든 책을 밑줄을 그으며 읽어주고, 그 밑줄 아래에 당신의 느낌을 적어보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힘내시기를 바란다. 저자가 한 말이 궁금하거든 저자를 수소문하여 물어보아도 좋다. 이 문장은 정말 궁금하다고. 특히 지인들이 책을 냈다고 하면 어떤 경로든 ‘당신의 책을 읽어 보니’ 하며 격려해 주시라. 애써 외면하느라 수고해야 한다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애쓰지 않아도 외면당할 책일 테니까. 하지만 혹여 그의 말속에 단 한 줄이라도 ‘부르르 견딘 시련’이 느껴지거든 기꺼이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 두고 수고한 저자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바란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계획이라면 여름으로 사는 것이다. 여름은 지혜의 계절이다. 지혜의 계절에는 계획하는 시간에 ‘행동’하고 ‘삶’을 몸으로 살아낸다. 매미처럼 전투적으로, 참새처럼 거침없이, 하물며 즐겁게…. ‘그게 가능한가?’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라고 귓속말로 대답할 것이다.

여름으로 살다 보니 지난겨울 방황하면서 품었던 계획들이 계획대로 되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군 제대를 앞둔 아들 녀석이 일이 술술 풀리자 최근 이런 말을 했다. 꽤 까칠하고 도도한 녀석인데 ‘기도 좀 더 해야겠어, 너무 잘 풀려’. 나는 녀석이 20대의 분기점을 열심히 넘고 있다고 믿어버린다. 분명, 궁상 속에서 휘청이던 아비하고는 다른 20대의 모습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기도’이다. 이제는 철 따라 내가 살아야 할 자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참새나 고양이, 개구리, 쥐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망캄빵집 탁자 아래서 온종일 서성거리는 재 비둘기의 부리를 들여다본다.

‘영상을 능가하는 문장으로 영혼을 흔들어 시대를 관통하는 장편을 완성해야지’, ‘세상을 이롭게 해야지’, ‘사람을 위로해야지’ 같은 것들은 모두 ‘지혜의 여름’에 달려있다. 모든 계획은 기도로 통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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