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걱정"…고물가-고용불안 사이 취약계층 '한숨'
"최저임금 올라도 걱정"…고물가-고용불안 사이 취약계층 '한숨'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2.06.29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그게 다 현장으로 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신모(66)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경비원 생활을 4년 넘게 했다는 신씨는 "부작용 없이 올릴 수 있다면야 올리는 게 당연히 좋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는 순간 경비원을 줄이는 건 정해진 수순"이라며 "경비원 대신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돌리기 시작한 건물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하는 법정 기한인 29일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최근 치솟은 물가와 금리를 생각하면 최저임금도 그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여 고용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씨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며 "아파트에서 경비원 휴게시간을 늘리면서 결국 매달 받는 돈이 비슷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 청소미화원 A씨는 "주 5일 근무해도 세금 떼고 나면 170만원밖에 남지 않아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며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솔직히 생활하기가 힘든데, 앞으로 전기세 인상 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이번 달만 하더라도 퇴직자가 있는데 아직도 충원 소식이 없다. 남은 동료들의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C(68) 씨는 "(학교 측이) 지금까지 인력감축을 해오다가 더 이상 줄일 수 없자 이제는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기존 무기계약직과 달리 수당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변칙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학교가 지출하는 인건비 총액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 같다"며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해졌고 노조 결속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나영(21) 씨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사장님들이 시간을 더 잘게 쪼개 직원 고용을 하려는 분위기"라며 "가뜩이나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하루를 4∼5개 시간으로 쪼개는 상황인데 그보다 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단기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약계층 생활 향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지는 단기적인 역기능"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견디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정리되면서 구조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노동자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 고용 알선 등 행정 서비스를 더 촘촘히 해야 한다"며 "정부가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