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의 반대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나토의 막판 중재에 시선이 쏠린다.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하루 전인 28일 나토, 튀르키예, 핀란드, 스웨덴 정상이 만나 담판을 벌인다.

이 회담에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참석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최근 협상 대표단을 튀르키예로 보내 합의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양국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의 중재로 튀르키예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20일 브뤼셀 협상 후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가 데드라인은 아니다. 우리의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북유럽국의 나토 가입이 마드리드 협상을 넘길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마린 핀란드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전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나토 가입 문제가 동결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8일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랫동안 유지한 중립국 원칙을 깨고 나토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양국은 29~30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이 결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튀르키예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물론, 미국 등 나토 동맹이 튀르키예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나토 지도부는 튀르키예의 안보 우려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가입 절차가 오래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의 우려는 정당하다"며 "이는 테러리즘과 무기 수출에 관한 것으로 우리는 튀르키예가 다른 나토 회원국보다 더 많은 테러 공격을 겪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의 반대가 되도록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시한은 아니라면서 튀르키예와 계속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분리 독립 세력인 쿠르드족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거부권'을 손에 쥐고 마음이 급한 두 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나토의 문호개방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양국 정부가 '테러리스트'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쿠르드노동자당(PKK) 등 테러리스트에 대해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KK는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시리아 북동부 등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세력으로,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본다.

그러나 스웨덴과 핀란드가 PKK에 우호적이고, 특히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족 출신 의원 6명이 있다.

이전부터 튀르키예는 PKK에 맞서는 데 나토와 유럽 동맹국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튀르키예와 마찬가지로 PKK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2017년부터 스웨덴에 PKK 관련자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스웨덴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으며, 스웨덴은 2023년에 PKK에 3억7천600만 달러(약 4천7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할 것도 요구한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일부 EU 회원국은 2019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을 군사 공격한 튀르키예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두 나라는 쿠르드 무장단체 지원 주장을 부인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는 튀르키예와 항상 좋은 양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토 동맹으로서 튀르키예가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처럼 튀르키예의 안보를 약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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