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내부고발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분노 "인권위는 책임을 다하라"
기아차 내부고발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분노 "인권위는 책임을 다하라"
  • 이준규
    이준규
  • 승인 2022.06.16 11: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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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에 근무하면서 내부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10년째 거리투쟁을 하고 있는 박미희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강력하게 항의의 뜻을 표했다. 

박 씨는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차 내부고발 해고자 박미희씨’의 진정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기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반인권적 결정을 한 국가인권위는 차라리 문을 닫아라!" 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에게 배포된 회견문에는 "기아차 내부고발을 항의하는 집회 도중에 서초구청이 명백하게 집회를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이를 묵인했다."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인권회는 그 설립목적에 따라 실질적으로 인권보호가 필요한 대상에게 골고루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박미희 씨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내부 고발을 이유로 해고된 뒤 10년째 거리투쟁을 하고 있는 박미희씨의 인권위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기각 판정을 내린 것은 인권을 팽개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 요청을 외면한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서초구청이 코로나를 이유로 집회 물품을 뺏어가고 집회 시위를 하던 공간에 화분 12개를 가져다 놓아 집회할 공간을 없애버렸을 뿐만 아니라 집회 물품 대부분을 소각 파쇄 처리한 것은 행위 하나하나가 명백한 집회 방해행위이고 표현의 자유 억압행위임에도 인권위가 ‘인권 침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번 결정은 국가인권위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반인권적 행태이며 대한민국의 인권을 40년 전 군사독재 수준으로 후퇴시킨 ‘반역사적인’ 결정이다.

인권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 묻겠다. 인권위는 ▲ 조사관을 통해 현대 기아차가 ‘알박기 위장집회’ 등을 통해 집회를 방해하는 행태를 똑똑히 목격했고 ▲ 서초구청이 집회 물품 모두를 강제로 가져갔고 ▲ 진정인이 즉시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주지 않았고 ▲ 핑계로 댄 코로나 4단계가 종료된 11월 1일이 되어 돌려달라고 거듭 요청했을 때 일부만 돌려주고 가져온 천막과 여러 집회 물품을 도로 싣고 가버렸고 ▲ 다수의 물품은 소각, 파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집회를 못할 정도는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피진정인이 대형 화분을 설치하였다고 하여 진정인이 해당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탁상에 앉아서 하는 공상적인 논리’이자 반인권적 언술이다.

집회 물품을 모두 가져갔다는 것은 어떤 집회 물품도 새로 반입할 수 없다는 통고를 한 거나 마찬가지다. 인권위 논리라면 어떤 집회 물품도 보유하지 않고 그저 현대기아차 앞에서 가만히 서 있으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집회를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수단이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표현의 수단을 모두 다 내어놓으라고 계고를 하고 모든 표현의 수단을 국가의 이름으로 강제로 가져가 버렸는데 이게 어떻게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안 될 수가 있는가? 이번 결정을 한 인권위 산하 <침해구제제2위원회> 구성원 3인은 우리와 같은 인간 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너무나 허탈하고 분노스럽다.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논하면서 ‘민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이건 인권위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관점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권위가 집회신고를 한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집회 물품을 행정대집행의 대상이라고 보고 집회 물품을 모두 빼앗아간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참으로 놀랍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을 포기하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이런 말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짓밟는 행정기관과 기업체가 늘 하는 말이다. 인권위가 언제부터 행정기관과 기업주의 대변자가 되었는가?

인권위가 ‘민원 지속 제기’를 서초구청의 집회 방해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논거로 사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 민원이 회사 측이 스스로 양산한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권위는 민원인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았는가? 인권위는 회사측 또는 서초구청이 말하는 걸 액면 그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명확히 하고 말을 해야 한다.

서초구청이 박미희씨의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화분을 대량으로 갖다 놓은 화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인권위가 보인 태도는 늑대 앞에 순한 양처럼 양순하기 이를 데 없다. ‘화분을 갖다 놓은 건 인권침해’라는 말도 하지 않고 ‘화분을 빼라’는 말도 하지 않고 ‘보도입양제는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남용되고 있으니 보도입양제를 폐지하라’는 말도 하지 않고 “보도입양제가 국민의 집회・시위를 부당하게 제한할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는 지극히 애매하면서도 지극히 공손한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추상같은 결기는 어디로 가고 관공서 앞에 이리도 고분고분한 인권위가 되었단 말인가!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장소에서의 집회의 자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반 대중의 불편함과 법익에 대한 위험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비교 형량하여 양자 간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집회의 자유는 ‘일반 대중의 불편함과 법익에 대한 위험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비교 형량’할 문제가 아니다.

집회의 자유는 천부인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헌법도 집회의 자유를 전면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허가제는 배제했다. 서초구청 같은 국가기관이 노동자와 시민의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판단함에 있어 민원이 얼마나 제기되는지, ‘법익’을 얼마나 침해하는지, ‘공공의 안정질서’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 판단하는 권위를 부여받는다면 제멋대로 판단할 것이고 권력 남용과 인권침해는 끝이 없을 것이다. ‘법익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는 군사독재 권력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면서 내세웠던 말들인데 인권위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실로 개탄스럽다.

인권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목격했으면서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넘어간 중대한 문제가 있다. 현대기아차가 박미희씨의 집회의 자유를 봉쇄하고자 자행하고 있는 ‘알박기 위장집회’에 대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수십명씩 1 - 3줄로 서서 현수막을 드는 동시에 1인시위까지 하면서 집회하기 알맞은 곳을 선점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은 인권위가 무엇 하는 곳인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진정인은 인권위에 집회가 봉쇄된 현실에 대해 긴급구제 요청을 했음에도 아직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 현장 조사도 하지 않고 서초경찰서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도 않고 있다. 이것 또한 직무유기다.  

인권위는 알박기 위장집회임이 확인되었음에도 계속 방치할 뿐만 아니라 집회신고를 계속 받아준 서초경찰서와 서울경찰청에 대해 ‘인권을 억압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위장집회를 강제 해산시키고 더 이상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말라’는 입장을 표명해야 했다. 인권위는 지금이라도 회사 측의 ‘알박기 위장집회와 무차별적인 현수막 게시’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해서 현대기아차 앞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22.5.27.

인권위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입장표명 없이 넘어간다면 직무유기 행위를 지속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인권위 이름으로 신속히 입장표명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상 기자회견문 전문)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부고발 기아차판매 해고노동자 박미희 공대위( 열거  ), 노년유니온, 신시민운동연합, 세잎클로버, 한겨레주주대표단, 민족정기구현회, 사회개혁운동연합, 집걱정없는세상, 지하·옥탑·고시원 폐지 및 공공주택요구연대, 전국평등교육학부모회, 노동당서울시당, 노동당서울시당 강남서초당협, 빈민해방실천연대, 촛불인권연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과천철대위, 민주노총세종호텔지부, 코로나 바로알기 시민행동 외 다수 단체가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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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아 2022-06-16 20:18:35 (211.225.***.***)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사람의 권리가 아닌 자본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단체가 왜 인권위원회란 이름을 내걸고 있습니까?

악랄하고 비윤리적인 자본이 미약한 해고노동자를 옥죄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는 과연 어디 있습니까?

자본권 위원회라고 간판을 바꿔 다시죠!
김태인 2022-06-16 12:16:03 (27.172.***.***)
안녕하세요, 기아자동차 내부고발 해고노동자 박미희님 기자회견 제보자입니다.
인세영 기자님과 이준규 기자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박미희님은 본사 말대로 제보한 것 밖에 없는데 해고 통보를 받으셨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널리 알려서 현대 기아자동차 그룹의 만행을 톡톡히 까발려야 합니다!
기사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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