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전쟁에 금 간 글로벌 공급망…믿을 곳은 동맹국뿐?
코로나·전쟁에 금 간 글로벌 공급망…믿을 곳은 동맹국뿐?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2.06.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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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공급망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정상적인 산업 활동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악화시키는 등 경제 위기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화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섰다.

해외에 구축한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자국에서 가까운 나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에 이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등장했다. 프렌드쇼어링은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나 우방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월 핵심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경제협력 강화 방안으로 프렌드쇼어링을 제시했다.

◇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프렌드쇼어링'까지 부상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2차 무역기술위원회를 열어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희토류와 반도체 부문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차질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공조를 약속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이달 3일 기자회견에서 "보다 회복력 있는 반도체와 중요 원자재 공급망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며 프렌드쇼어링을 언급했다.

앞서 미 반도체 업체는 3월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EU의 지원을 받아 유럽에 약 11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출범한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프렌드쇼어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닻을 올린 IPEF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3개국이 참여했다.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이 IPEF의 주요 의제로 이름을 올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IPEF 출범은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과 화상 회담을 열어 무역, 농업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다룰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EU와 대만은 지난 2일 무역투자대화(TID)를 열어 반도체 등의 공급망과 보안·기술 분야 등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 공급망 충격 완화 기대하지만 인플레이션 가중 우려도

이처럼 동맹·우방국끼리 뭉치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나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수 있다. 이 점에 미국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을 각각 중심축으로 블록화되면 부정적 영향 또한 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콘페리에서 공급망 기능 최적화 문제를 담당하는 톰 로블레스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프렌드쇼어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편을 짜면 의도하지 않게 다른 나라와 불화를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원의 무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자재와 교역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 원자재 공급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70%에 육박하고,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필요한 광물자원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주최 포럼에서 "미·중 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게 됐다"며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커지면 세계 교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무역의 후퇴는 자연재해나 흉작, 질병 발생으로 인한 생산 충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파편화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는 경고가 나온다.

WTO는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2개의 교역 블록으로 나뉘면 장기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약 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공급망 구축에 인건비와 원자재 등의 원가 절감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뒤로 밀리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고려되면 생산 비용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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