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격랑 속 25년만에 재정·경상수지 '쌍둥이 적자' 우려
세계 경제 격랑 속 25년만에 재정·경상수지 '쌍둥이 적자' 우려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2.06.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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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의 돈줄 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경제에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우리나라의 주요 거시건전성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흑자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쌍둥이 적자에 빠진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이었다.'

 ◇ 경상수지 2년만에 적자 전환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천만달러(약 1천5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24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든데다 4월 외국인 배당 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낸 영향을 받았다.

상품수지 흑자가 1년 전보다 20억달러 적은 29억5천만달러에 그쳤고, 본원소득수지는 32억5천만달러 적자를 냈다.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기업의 연말 결산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4월 적자로 돌아서는 계절성을 띤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배경에 대해 "상품 수출은 견조한 흐름이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계절적 배당 요인이 더해져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운송 수지 등에 힘입어 서비스 수지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 같고, 4월의 배당 요인도 완화되기 때문에 5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수출보다 빨라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4월 상품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20억달러 적은 29억5천만달러에 그쳤다. 수출(589억3천만달러)이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11.2%(59억3천만달러) 늘었지만, 수입(559억8천만달러) 증가 폭(16.5%·79억3천만달러)이 더 컸기 때문이다.

상품수지에 연동되는 무역수지도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 연속 적자다.

올해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보였다가 2월과 3월 흑자로 돌아섰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5월 적자규모는 17억1천만달러였다.

◇ 코로나 경기부양 지속에 4년 연속 재정적자 예상
재정수지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 지속되며 재정수지는 적자 기조가 굳어진 상황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세수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출이 더욱 큰 폭으로 늘면서 수십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과 세외수입, 기금 수입을 합친 총수입은 170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조2천억원 증가했지만, 1분기 총지출은 203조5천억원으로 21조3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1분기 통합재정수지는 33조1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에만 45조5천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4천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0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지난달 말 국회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늘면서 연간 재정적자 전망치는 당초 정부안보다 더욱 확대됐다.'

◇ 경제 환경 악화 지속…글로벌 긴축·인플레·경기 침체 우려
이런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 환경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대외 경제 환경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물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7월과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에 따른 채권 매입도 7월부터 종료한다고 밝혀 본격적인 긴축을 알렸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6년여째 유지해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이달 1일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인 양적긴축에 들어간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질 때까지 당분간 '빅스텝'(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시사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경제수도' 상하이가 봉쇄 해제 열흘 만에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또 도시 봉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세계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잇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경제에 허리케인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외 환경 악화는 공급망 차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물가 상승 등으로 내수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 세수 등 재정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신인도·외환시장 흔들릴 수 있어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흔들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대외 지급 능력이 줄어들고 재정수지 적자는 대내외 경기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 체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경상수지 적자는 원화 약세를 가속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신인도까지 흔들리면 국내에 들어와 있던 달러는 나가고 새로운 달러는 들어오지 않게 돼 원화 가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환율은 급등하게 된다.

다만 아직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경제 기초 체력)과 신인도는 비교적 양호하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이 크다"면서 "우리나라 보유 외환이 적지 않고 대외 건전성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4월 말 기준(4천49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9일 "소비 회복세 등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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