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김어준의 "리설주 여사"와 "김건희 씨", 이 호칭의 문제
[미디어 칼럼] 김어준의 "리설주 여사"와 "김건희 씨", 이 호칭의 문제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6.0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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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느닷없이 대통령 부인에 대한 호칭이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통령 부부가 사저를 나와 청와대 관저로 떠나는 풍경을 스케치해 보도한 언론 기사로 시작됐는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왜 ‘씨’라 지칭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던 모양이다.

지지자들 비난에 시달리던 한겨레신문은 급기야 그해 8월 “대통령 부인 존칭을 씨에서 여사로 바꿉니다”라고 입장을 굳혔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다른 친여(당시)매체를 중심으로 한 언론사들이 대통령 부인을 ‘여사’라고 지칭하는 것이 공식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전적으로 ‘씨’와 ‘여사’의 높임 정도에는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둘 다 높임 명사이니 어떤 것을 써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다만 이와 별개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씨’와 ‘여사’를 구분해 쓰다 보니 어감상 ‘여사’가 더 높임말처럼 인식돼 있을 뿐이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을 여사라 부르지 않고 씨라 불렀다고 한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격권 침해’라고 진정서를 내면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호칭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김어준이 자기방송에서 “지난 주말 법세련이 김건희씨라는 호칭은 인격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상한 일”이라며 “3월 10일 김건희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좋다고 자신이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밝혔다. 특별한 호칭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라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어준은 “배우자는 부부로서 짝이라는 의미로 호칭이라기보다 관계를 드러내는 말이므로 아내를 높여 부르는 부인, 높이는 말인 ‘씨’ 둘을 병렬해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어떤 부분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냐” “오히려 법세련이 대통령 부인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당사자가 ‘여사’로 불리고 싶어하는 것이 맞느냐, 잘 알아보시고 알려달라”고 했다.

‘김건희 씨’ 논란이 보여주는 김어준의 찌든 진영논리

요컨대 ‘씨’도 높임말이고 대통령 부인 스스로도 여사라 불리길 원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이 해프닝에서 중요한 것은 호칭 자체의 문제보다 김어준의 내로남불 이중잣대와 궁색한 변명이다.

김어준은 자신이 마치 지금껏 상대를 철저히 존중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호칭을 붙여온 것처럼 말한다. 한데 김어준이 그래왔나? “이승만이” “박정희가”라고 수시로 말해온 김어준은 그럼 전직 대통령들이 불러 달라는 대로 호칭을 써왔던가?

북쪽 인사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해서도 그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호칭을 붙여주고 있는가? 남북정상회담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방송에서 김정은 아내에게 꼬박꼬박 “리설주 여사”라고 호칭을 붙여주었던 김어준. 그럼 리설주에게 그렇게 불러 달라는 요청받고 호칭을 쓴 것인가?

분명한 것은 김어준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게는 본인이 원했다는 궁색한 핑계를 대서라도 ‘여사’는 절대 붙여주기 싫다는 것이고, 6‧25 전범 일가 우두머리의 아내라도 ‘우리 편’ 같은 사람에겐 본인이 원했든 아니든 ‘여사’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어준의 이런 기준은 오직 내 편이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필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나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나 모두 존중의 의미가 있는 만큼 어떤 것을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공식으로 쓰면 된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딴 게 아니다. 내 편에겐 “김정숙 여사”로 네 편에겐 “김건희 씨”로 어떻게든 편 가르는 싸구려 진영논리가 머리를 지배하는 김어준과 같은 사람은 결코 공영방송 진행자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김어준이 공영방송 TBS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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