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정치와 언론의 유착을 부추기는 미디어 정책협약
[미디어 칼럼] 정치와 언론의 유착을 부추기는 미디어 정책협약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6.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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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방선거 전 여야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과 ‘지역미디어 활성화 정책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송영주 진보당 경기도지사 후보, 서재현 민주당 대구광역시장 후보, 한민정 정의당 대구광역시장 후보, 이춘희 민주당 세종시장 후보,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등이 언론노조와 협약을 맺었다.

기사를 읽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단어는 후안무치였다. 생각해 보자. 공영방송 논란 때마다 언론노조가 내세우는 논리가 뭔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현재처럼 여야 정치권 나눠 먹기식으로 가서는 정치권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입만 열면 정치적 후견주의(관행에 따라 여야가 추천하는 방식)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공영방송에서 정치권이 손을 떼야 한다는 후견주의 타파를 주장하는 언론노조가 정치권과 미디어 정책협약을 맺기 위해 적극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간단한 얘기다. 후견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밀착해선 안 된다. 말이 정책협약이지 결국은 정치권의 지지와 후원을 끌어내겠다는 것인데 정치권이 바보인가. 도와주면 간섭도 하게 돼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이끌어냈다는 구체적인 정책 약속은 ▲지역언론 지원조례 제정 ▲방송 콘텐츠 지원정책 수립 ▲지자체 출자·출연 미디어재단 독립성 보장 ▲지역언론 실태조사 제도화 등이라고 한다. 전부 정치권이 언론에 지원하라는 얘기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정치권에 붙어 뜯어먹자는 뜻이다.

이런 정책협약을 맺으면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라? 정치권 너희들은 지원만 하고 간섭은 하지 말라? 예컨대 서울시는 교통방송 TBS에 세금만 지원하고 김어준이 무슨 방송을 하던 절대 간섭하지 말라? 이게 말이 되나? 도둑놈의 심보 아닌가? 황당함을 넘어 후안무치한 얘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필자 식견이 부족해서이겠지만 세계 미디어 선진국 어떤 나라에서 언론노조처럼 이런 식으로 지방정부에(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시시콜콜한 지원까지 요구하며 언론은 무조건 보호해줘야 한다는 식의 정책협약을 맺는지 모르겠다.

보도에 의하면 정책협약에 합의한 후보들은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가치와 책임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방송·신문 등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한 지원조례를 도(시)의회와 협력 제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설사 이런 정책협약을 맺는다고 해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언론노조도 언론으로서의 책무 정도는 약속해야 할 텐데, 언론노조가 그런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현재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시행 중인 지자체는 11곳으로 최초로 조례를 제정한 경상남도는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30여 개 언론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조례까지 만들어 지자체가 언론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지역 언론이 얼마나 건강한 보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지자체들은 퍼주기식 지원을 하면서도 이런 저런 압박에 시달리지 않으면 다행일 게다. 그렇게 지원받는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은 지역 시민단체가 해야 하는데, 필자가 알기로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시민운동이 체계화되고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지자체는 예외적으로 기능이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분명하다. 언론노조와 지자체의 이런 종류의 정책협약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언론을 세금으로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국민이 원하는 보도로 경쟁력을 갖추면 살아남는 것이고 아니면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과거 언론노조와 민주당이 정책협약을 맺은 후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자. 언론의 다양성, 독립성을 강화하기는커녕 반대로 언론과 정치권의 밀착, 정치적 논란만 더 부추겼다.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문건이 증명하듯 협약을 맺었던 민주당과 언론노조야말로 방송(언론)독립을 해치는 걸림돌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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